교황의 동성애 옹호 보도는 ‘가짜 뉴스’, 사회적 차별 방지 강조

(가톨릭평화신문)
▲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성소수자들이 거리에 나와 차별 금지를 외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큐멘터리 영화 ‘프란치스코’에서 인터뷰 중 동성애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CNS】



AP통신이 10월 21일 로마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를 소개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들 가운데 최초로 동성 간의 사회혼을 옹호하는 견해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다음 날 “교황 ‘동성애자라고 내쳐지거나 불행해져선 안 돼’ 공개 지지 역대 첫 교황”이라는 제목으로 AP통신 기사를 받아썼다. 한겨레 신문도 같은 날 “동성애자도 주님의 자녀들- 성소수자 언급은 자제해오다 이제 때가 왔다 판단한 듯, 충격 우려 다큐 형식 선택한 듯, 교계 보수층 거센 반발- 교황, 교리 바꿀 권한 없다”는 제목 설명으로 이 기사를 보도했다. 아울러 중앙일보도 같은 날 “동성애자도 가족 이룰 권리-가톨릭 뒤흔드는 교황의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뉴스1은 “동성커플 보호법 필요 금기 깬 교황 발언- 바티칸 멘붕”이란 제목으로 이 기사를 다뤘다.

다큐 ‘프란치스코’와 관련한 모든 기사는 ‘오보’이다. 한마디로 ‘가짜 뉴스’인 셈이다. 왜 오보이며 가짜 뉴스인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그간 가르침을 통해 살펴보았다.



다큐 ‘프란치스코’에 관한 교회 언론 보도

프랑스 온라인 가톨릭 매체 ‘알레테이아’(Aleteia)는 AP통신이 보도한 다음 날인 10월 22일 다큐 ‘프란치스코’를 제작한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인터뷰 내용을 짜깁기해 왜곡했다고 보도했다. 알레테이아는 “교황은 동성애자들도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부모들은 그들을 자녀로 사랑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성애자인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이 동성혼에 강한 반대 뜻을 밝힌 교황의 말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교황청은 10월 22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산타 마르타의 집 미사를 앞두고 교회 매체인 TV2000에 다큐 ‘프란치스코’로 인한 동성애 논란에 관해 추가 설명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을 피렌체에서 모두 시청한 신학자 김혜경(세레나) 박사는 영상 내용을 정리해 보내왔다.

첫째,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혼을 지지하고 동조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어 존재하는 우리의 이웃인 그들이 어떤 형태로든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단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태어났다면 그 역시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드셨기에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공동체의 의무임을 강조한 것이다.

둘째, 동성애자도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그들을 가정에서 쫓아내서는 안 되고, 오히려 그들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더욱 가정이 필요하고, 부모의 사랑이 요구된다는 점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조한 것이다. 가정에서 쫓겨난 그들은 갈 곳을 잃게 되고, 가엾은 영혼 하나는 버림받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절대 원하시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교황이 사목자로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자녀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김 박사는 풀이했다.

안드레아 루베라와 다리오 디 그레고리오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이탈리아인 동성애 부부이다. 이들은 ‘대리모 임신’으로 세 명의 자녀를 얻었다. 자녀가 크니까 본당에 데리고 가서 교리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데, 동성혼 가정의 자녀라고 차별을 받자 그들은 교황에게 편지를 썼다. 교황은 여기에 대해 한마디로 답했다. “아이들은 모든 편견을 떠나 본당에 데리고 가야 하고, 다른 모든 아이와 마찬가지로 본당 공동체에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셋째, ‘민사상 결합에 관한 법률’(civil union law, 한국 언론에서는 ‘시민 결합법’이라고 번역함) 제정을 주문했다. 교황이 이번에 새로 한 발언이다. 지금까지 한 말은 교황이 사목자로서 ‘특별한’(?) 자녀들에 대한 연민의 말이었다면, 이 말은 교회법적으로는 할 수 없지만, 민사적인 방법으로 그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실 많은 나라에서 동성혼을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많아서 그들이 실제로는 부부 관계에 있지만,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산 문제, 연금 수령, 기타 법정 대리인으로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의 이러한 발언은 가톨릭교회 교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혼인의 ‘성사성’과 ‘단일성’, ‘불가해소성’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동성혼이 성사될 수 없고, 그에 따른 교회법적인 지위를 누릴 수는 없지만, 인간적으로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교황의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교황청은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 관련 발언과 입장

프란치스코 교황은 낙태와 피임, 동성애 등에 대해서는 가톨릭교회의 기존 가르침을 고수하고 있다. 동성애의 경우, 죄로 보는 교회의 전통 가르침은 유지하면서도 동성애자들을 사회적으로 소외시키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낙태는 ‘소름 끼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교회 내 여성의 역할 확대를 요청하면서도 여성의 사제품은 불가하다는 교회의 기존 태도를 재확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브라질 세계청년대회 후 기자와의 만남에서 동성애와 관련해 “내가 누구라고 그 사람을 심판하겠느냐”고 답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교황은 “우리는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피조물”임을 강조하며 “동성애자인 사람들이 고해성사를 보러 오는 것, 주님 가까이 머무는 것,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4년 삼종기도에서 “우리는 동성애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뿐 아니라 그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배격해야 한다”며 간음한 여인을 용서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 성향을 지닌 이가 속한 가정에서 모든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그의 성적 성향과 상관없이 존엄을 존중받고 사려 깊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250항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8월 26일 더블린 세계가정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동성애 성향이 있는 아들 혹은 딸을 외면하는 것은 부성애와 모성애를 버리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너는 내 아들이고 내 딸이야. 나는 너의 부모야’라고 말해야 합니다. 너무 힘들면 도움을 청하십시오. 그들을 가정에서 쫓아내지 마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교황은 2019년 9월 16일 수요 일반 알현을 마치고 동성애 자녀를 둔 부모와 당사자들은 만난 자리에서도 “교황인 나는 여러분의 자녀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합니다. 교회도 여러분을 사랑합니다”라고 격려했다.



동성애에 관한 가톨릭교회 교리

성소수자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언제나 분명하다. “동성애는 자연법에 어긋난다. 동성애는 성행위를 생명 전달로부터 격리한다. 동성의 성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57항)고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동성애자를 단죄한다’거나 ‘동성애자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은 교회의 가르침과 거리가 있다.

가톨릭교회는 동성애자들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그들의 경우는 스스로 동성 연애자의 처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대하여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활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으며 그들이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들의 처지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주님의 십자가 희생과 결합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2357항)고 말한다.


리길재ㆍ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