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88) 일 포스티노

(가톨릭평화신문)




영화 ‘일 포스티노’는 칠레의 유명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집배원 마리오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 ‘칼라 디 소토’에 사는 마리오는 삶에서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고, 치열하게 일을 할 필요성도 못 느끼는, 소심한 성격의 노총각이다. 그의 섬 생활은 특별한 일 없이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그런 어느 날, 마리오가 사는 섬에 칠레의 유명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망명을 하게 되고, 마리오는 그의 전담 집배원이 된다.

시에 대해 전혀 모르던 마리오는 시인 네루다를 만나게 되면서 시에 관심을 가지고 시를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를 매개로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 루소를 보고 한눈에 반한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시를 가르쳐달라고 한다. 민중시 뿐 아니라 연애시의 대가인 네루다가 시로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시에서 중요한 ‘메타포’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는 메타포를 통해 베아트리체의 마음을 얻게 된다. 그는 시를 알게 되면서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뜨거운 이성과 감성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베아트리체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시를 배우려고 했지만, 어느새 시는 마리오와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그의 세상은 시를 통해 넓어진다. 네루다로부터 배운 메타포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한 것이다.

‘시(詩)’란 무엇일까? 시는 우리의 삶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할까? 영화 ‘일 포스티노’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시가 가진 힘을 보여준다. 이는 비단 시뿐만이 아니라 시로 대변되는 예술의 힘이기도 하다.

마리오의 삶은 시를 알기 전과 알고 난 후로 나뉠 수 있는데, 시를 알기 전에는 현실에 안주하는 소극적인 인물이었다면, 시를 알고 난 후에는 적극적이고 사회 문제에 깨어있는 인물이 된다. 이후에 마리오는 집회에 참여하며 투쟁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가 그의 삶에 스며들 듯, 시인 네루다도 그의 삶에 서서히 스며들어 그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우정이 감미로운 음악과 시, 그리고 이탈리아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소설이다. 가을은 책을 읽기에도 좋고, 영화를 보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이 가을, 원작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 보며, 마리오와 네루다의 우정과 메타포의 세계에 빠져들어도 좋을 것 같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세 가지 있으니 그것들은 주님과 사람 앞에서 아름답다. 형제들끼리 일치하고 이웃과 우정을 나누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 화목하게 사는 것이다.”(집회 25,1)

가톨릭평화방송 TV, 1일 15:00, 6일 19:00 방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