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일상에 충실한 것이 거룩함 이뤄가는 것(이문수 신부, 청년밥상문간 대표)

(가톨릭평화신문)



제가 일하는 식당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정릉시장 안에 있습니다. 시장 안에는 생업을 위한 가게들이 무척 많습니다. 채소 가게, 정육점, 철물점, 커피전문점, 식당과 술집 그리고 크고 작은 마트까지. 그뿐만 아니라 통신사의 대리점, 은행, 여러 분야의 병원들과 학생들을 위한 학원들도 참 많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많은 분들이 부지런히 일하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시장 안의 상인 중에는 성당에 다니시는 교우들도 꽤 많습니다. 시장의 양 끝에 성당이 자리하고 있어 매우 가까운 곳에 성당이 두 군데나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가게를 하시는 교우들은 그 두 성당의 신자이시기도 합니다. 그분들은 성실하게 일하시는데, 더 중요한 점은 상당히 오랫동안 일하셨다는 것입니다. 오래도록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새삼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분들은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그렇듯 주 5일에 40시간만 일하실 수는 없습니다. 60시간 정도는 기본이며, 심지어 거의 80시간 가까이 일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일하시면서도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계셨습니다. 평일 미사에 참례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아 보였고요.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식당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제게는 체력적인 문제였습니다. 식당을 시작하고 2년이 다 되어 가도록 저는 피곤에 절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영업은 육체적 피로만이 아니라 가게를 경영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도 적잖이 받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좋아서, 나쁘면 나빠서, 경기가 어려울 땐 더 크게 영향을 받죠. 영리를 목적으로 ‘청년밥상 문간’을 운영하는 게 아닌 저도 손님들이 오지 않으면 자연스레 마음을 졸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생업을 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정말 피가 마른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신자들은 신앙의 끈을 놓지 않고 하느님께 나아오고 계셨던 것입니다. 익히 들어서 머리로 알고 있던 사실들을 직접 겪고, 보게 되니 뼛속까지 와 닿았습니다. 그런데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뿐이겠습니까! 삶의 현장에서 성실히 일하는 모든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신부들은 강론할 때 미사에 참여하신 신자들을 야단치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또 하기도 합니다. 미사에 오시는 분들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성실히 일하며 식구들을 돌보는 것, 한시도 잊지 않고 하느님 아버지를 떠올리지는 못한다더라도 그렇게 하루하루 일상을 채워나가는 모습은 아름답고 거룩해 보였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렇게 하느님 안에서 거룩함으로 나아가고 계신 것입니다.

신부가 웬 식당이냐는 소리도 듣습니다만, 교리를 가르치고 미사를 집전하는 일만 거룩한 것은 아니겠지요. 올해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식당 사장인 저와 함께 거룩함으로 나아가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