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새로운 습관, 그리스도인이 먼저

(가톨릭평화신문)
▲ 계성유치원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친환경 생태 유아교육기관이다. 계성유치원 평화반 아이들이 유치원 텃밭에 심은 가지를 들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신심이 깊고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일부는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내세워 환경에 대한 관심을 우습게 여기고 있음도 인정해야 합니다.(중략) 따라서 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생태적 회개입니다. 이는 예수님과의 만남의 결실이 그들을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에서 온전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 작품을 지키는 이들로서 우리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 성덕 생활의 핵심이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 체험에서 선택적이거나 부차적인 측면이 아닙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찬미받으소서」 217항)



환경 문제는 더 이상 개인적 선행의 총합을 넘어 지구 공동체의 협력망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어지럽힌 잘못을 뉘우치고, 생태적 회개의 삶을 전환하기 위해 기도하며,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활동을 실천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신앙인의 태도이자 자세다. 자연을 돌보는 일,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행위는 더불어 사는 삶과 친교의 능력을 포함하는 생활 양식의 일부가 됐다.

2020년 5월 24일부터 1년간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했던 보편교회는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기 위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돌입했다. 이에 한국 주교단은 특별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공동의 집 지구를 보호하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했다. 창조질서보전은 개인의 생태적 회개뿐 아니라 공동체의 회개가 필요한 일이다. 7년 동안 교회 구성원들은 가정과 본당, 지역사회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일곱 목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월 24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위한 보편교회의 행동 지침을 발표했다. △재생 에너지 채택 △탄소 중립 달성 △모든 생명 보호 △원주민과 취약 계층을 향한 연대 △단순한 생활방식 △생태교육 및 영성 함양 등이다. 교황은 “지구의 선물과 창조물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고, 마침내 친환경적인 생활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일곱 가지 목표는 다음과 같다. ①지구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 ②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 ③생태 경제학 ④검소한 생활 양식 ⑤생태 교육 ⑥생태 영성 ⑦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피조물 보호에 대한 공동체의 능동적 참여로 요약된다.



가정ㆍ본당 공동체에서의 실천 사항

“가정에서 우리는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보여 주는 법을 처음 배웁니다. 예를 들어, 사물의 올바른 사용, 질서, 청결, 지역 생태계 존중, 모든 피조물 보호를 배웁니다. 가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다양한 측면의 인격 성숙이 이루어지는 온전한 교육의 자리입니다.”(「찬미받으소서」 213항)

생태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새로운 습관으로 이어져야 하며, 친환경적인 생활은 가정과 본당 공동체를 비롯한 학교와 병원, 단체 등에서 이뤄져야 한다. 주교단은 ‘특별 사목 교서 실천 지침’에서 가정 공동체에서 실천 사항으로 생태적 기도ㆍ쓰레기ㆍ에너지ㆍ식생활 습관을 제시했다.

생태적 기도는 소비주의에 물들었던 삶에서 탈피해 “소비에 집착하지 않고 깊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예언적이고 관상적인 생활 방식”(「찬미받으소서」 222항)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문화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유용하게 만들어 주지만, 수많은 쓰레기를 넘쳐나게도 한다는 사실을 가정에서부터 직시해야 한다. 식생활 습관에서는 육식보다는 채식을 생활화하고, 수입 농산물이 아닌 근거리 농산물(로컬푸드) 이용을 권장한다.

가톨릭 신자들의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본당 공동체’다. 본당의 생태적 활동은 소수의 봉사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본당 구성원 모두가 생태적 회개에 대한 비전을 찾고, 함께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찬미받으소서 실천 체크리스트’ 참조





연대 활동을 위한 안내

가톨릭기후행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화문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후 피케팅(금요 기후행동)을 열고 있다. 이밖에 현장 기후행동으로 화력발전소가 있는 삼척, 당진을 현장 방문하고 지역주민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다.

종교환경회의가 주관하는 이웃 종교 간 연대 활동도 있다. 환경생태파괴 현장을 탐방하고, 종교인 기도회와 순례를 하는 ‘종교인 생명평화순례’를 진행하고 있으며,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종교인 서울탈핵순례길’ 걷기 행사를 하고 있다.

국제 연대 활동으로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하는 한일 탈핵 평화순례가 있다. 해마다 8월에 한일 핵발전소 현장을 방문하고, 탈핵 간담회를 연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