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진정한 사랑’으로 완성되는 하느님의 초대

(가톨릭평화신문)
아일랜드 더블린의 부활 대축일 행사에서 아이들이 잔디밭에 순수함을 상징하는 백합을 놓고 있다. 부부의 사랑은 자녀를 향한 조건 없이 내어 주는 사랑으로 나아간다. OSV

전개 4. 진정한 사랑에 이르는 통로인 혼인

교회에서 가르치는 혼인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혼인 서약은, 이로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것인 바, 주 그리스도에 의하여 영세자들 사이에서는 성사의 품위로 올려졌다.”(교회법 제1055조 1항) 이는 혼인이 계약이 아니라 전인격적 존재인 인간이 상대방과 맺는 서원 같은 약속(서약)이라는 뜻입니다.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맺는 관계이며 서로를 유일한 대상으로 하며 결코 제삼자가 개입할 수 없는 배타성을 가집니다.

혼인의 목적은 부부 상호 간에 선익을 지향하고 자녀를 출산하고 교육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평생 공동 운명체이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께서 맺으신 일이기에 사람이 풀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인격적으로 고유하고 자유로운 한 남자와 한 여자로서 두 사람은 동등하며 종속되거나 지배하지 않는 협력자입니다. 두 사람은 전적으로 부부의 선익을 위하여 행동하고 살아가며, 삶의 결실인 자녀를 출산하고 교육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입니다. 그러기에 성적인 존재로서 인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권리로 표현되는 성관계를 교회는 혼인 안에서의 ‘부부 행위’라고 표현합니다.

부부는 혼인을 통하여 성적 존재인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인격적인 존재로서 자기 자신의 전 존재를 상대방에게 증여하고 수용함으로써 일치된 삶을 이루고, 나아가 생명 창조의 능력에 참여함으로써 부모(자녀를 통하여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어 자기 자신을 조건 없이 내어 주는 ‘진정한 사랑’을 이루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간적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타성(단일성-오직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관계)과 영원성(평생 공동 운명체)을 조건으로 생명 창조 능력에 참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혼인은 인간 사회에서 인간적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있는 조건이며, 인간적인 사랑이 ‘진정한 사랑’으로 보호되는 울타리입니다.

함께 나누어 봅시다

1. 부부 사랑의 행동과 의미에 대하여 나누어 보세요.

2. 인간 삶의 여정에서 혼인과 자녀 출산과 양육이 진정한 사랑에 도달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나누어 보세요.

결론: 부부 사랑, 인격적 자기완성

부부 행위를 통해서 부부는 한 몸으로 일치하여 서로를 증여하고 수용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온전히 내어 주고 투신하는 ‘진정한 사랑’에 도달합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여정과 가능성을 수용하는 성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자신이 ‘진정한 사랑’의 존재임을 자각하는 데까지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것이 혼인한 배우자와의 성관계 곧 부부 행위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에 관한 가르침을 제시할 때 인간적인 사랑의 행위를 성관계(性交)라고 부르지 않고 ‘부부 행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부부 행위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평등한 인격적 관계이며 그 행위의 목적은 부부의 선익과 자녀 출산과 교육입니다.

혼인은 단순히 남녀가 결합하는 의미 이상의 것입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는 동등한 인간으로 상호 보완을 통한 일치를 추구하며 인격적 서약을 통해서 혼인합니다. 자신들의 서약으로 이루어진 혼인을 통하여 인간적인 나약함과 한계를 이겨 내고 하느님다운 영원성을 지향하며 더욱 깊이 사랑하고 일치합니다. 또한 임신과 출산을 통하여 부모가 되어 창조적인 하느님다운 사랑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고유한 인격적 존재인 인간은 자신을 상대에게 선물로 증여함으로써 자신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되고, 자신을 증여한 상대에게 받아들여짐으로써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았던’(창세 2,18 참조) 존재의 외로움을 극복하게 됩니다. 존재의 한계를 넘어 새롭게 일치한 부부는 이제 인간 존재의 생명에 대한 근원적 일치를 이루는 체험으로 서로를 초대합니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은 부부의 인간적인 사랑이 새로운 존재를 향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부부의 사랑은 자녀를 향한 조건 없이 내어 주는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이러한 사랑의 방향은 이웃을 향해서 나아가고, 궁극적인 대상인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이 모든 사랑의 여정이 혼인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혼인은 성소(거룩한 부르심)이며 구원의 여정입니다.

추천 도서

1. 구약 성경, 「아가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5.

2,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혼인 교리 교육 지침」,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2.

3. 전택부, 「부부의 십계명」, 홍성사, 1991.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