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활 대축일에 듣는 헨델의 ‘메시아’

(가톨릭평화신문)

 

 


주님 부활 대축일은 신·구교를 막론하고 그리스도교의 가장 중요한 축일이다. 전 세계인의 축제인 성탄절이 있지만 종교적으로 부활절은 그 의미가 다르다. 3세기 초까지 교회는 이 부활 축일만을 기념했다. 부활절이 음력에 따른다고 믿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유다교 음력과 다른 기준으로 24절기의 하나인 춘분(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이 지나고 보름달이 뜬 후 첫 일요일을 부활절로 지킨다. 우리가 흔히 듣는 ‘파스카(Pascha)의 신비’에서 파스카는 부활을 지칭하는 라틴어다.

부활절을 배경으로 하는 음악은 너무 많지만, 특히 헨델의 ‘메시아’는 군계일학이다. 메시아의 많은 곡 중 전 세계에서 합창음악으로는 가장 많이 불린다는 ‘알렐루야’ 외에도 뛰어난 곡들이 있다. 헨델의 작품들은 듣는 사람을 흥분시키고 매료시키는 마성이 있다. 당시 많은 작곡가가 있었지만, 헨델만큼 드라마틱한 삶을 산 작곡가는 드물다. 바흐만 해도 거의 대부분 생애를 자신이 임명받은 교회에 헌신하며 보냈지만, 헨델은 독일·영국·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활동했으며 많은 작품이 상업적으로 실패해 대단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가장 절망적인 상태의 헨델을 기사회생시켜준 고마운 작품이다. 평생 오페라에 그토록 관심을 기울이던 헨델이 그다지 생각지도 않던 오라토리오 장르에서 명성을 획득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의 오페라는 후에 재평가를 받게 되는데, 특히 베토벤이 그의 작품에 큰 관심을 보여 죽음이 임박했을 때 헨델의 작품 전집을 얻고 크게 기뻐했다는 기록도 있다. 서거 후 헨델의 공적을 기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될 만큼 영국에서는 악성의 대접을 받았다. 메시아 중 특히 추천할 만한 곡은 테너의 기교를 극한으로 맛볼 수 있는 ‘모든 골짜기(Ev''ry Valley Shall Be Exalted)’와 대위법의 교과서라고 볼 수 있는 마지막 곡 ‘아멘’이다.

안데스 지역의 잉카문명을 탄생시킨 잉카인들은 음감이 뛰어나고 자연의 모든 소리를 흉내 내는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언어와 문화는 현대에 와서 특별한 테너를 배출한다. 21세기 최고의 벨칸토 테너로 꼽히는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Juan Diego Flórez)의 노래는 자연의 투명함과 싱그러움을 투영한다. 그의 찬란한 음색은 모든 테너가 꿈에서도 바라는 하이 C를 넘어 하이 E플랫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완벽한 콜로라투라 기교, 투명하고 열정적인 고음, 자연스러운 파사조(Passaggio, 중음에서 고음으로 바뀌는 음역)는 그를 세계 최고의 테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후안이 부르는 ‘모든 골짜기’를 통해 모든 곳을 굽어보시는 주님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메시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멘’은 그 장대함과 정교한 구조, 대위법의 완벽한 활용으로 수많은 작곡가에게 지침서가 돼주었다. 이 거대한 작품을 게오르그 솔티와 시카고 심포니 합창단의 연주로 들어 보자.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부르는 ‘모든 골짜기’

//youtu.be/3qCD4ONWXYQ?si=oNKNxueF-rsXVN-_

게오르그 솔티가 지휘한 ‘아멘’

//youtu.be/i7fXtP2Ptww?si=UVovP9W8fDKVmmfN







작곡가 류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