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이 세상을 정화하는 소금, 양심의 횃불이 되게 하소서. 더 이상 세상의 불의와 비리로 인한 희생양이 생기지 않도록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국민 모두를 비추어 주소서.”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앞두고 300여 명 시민들이 모여 함께 기도를 바쳤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와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재영 요한 세례자 신부),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지훈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JPIC분과(분과장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위원장 양두승 미카엘 신부) 등 8개 단체는 4월 14일 서울시의회 세월호 임시 기억관 앞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중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억하고 연대합니다’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미사를 주례한 상지종 신부(베르나르도·의정부교구)는 강론에서 “희생자들은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고 있어 이름도 필요 없겠지만 그 이름은 이 땅의 벗들과 함께한다”며 “그리움과 세월호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304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 보자”고 참석자들에게 청하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참석해 목소리를 전했다. 고(故)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는 “연대가 필요한 현장을 다니다 보면 신부님과 수녀님들을 많이 만난다”며 “교회가 도움이 필요한 곳에 함께 해줘서 많은 위로와 힘을 얻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전 씨는 “경빈이는 해경이 구조했을 당시 살아있었지만 응급헬기로 이송하지 않고 배로 4시간 41분 만에 이송돼 죽었다”며 “왜 배로 이송했는지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결과에 따르면 임 군은 참사 당일 오후 5시 24분에 구조돼 6분 뒤 3009함에 인계됐다. 이후 20분 만에 이송할 수 있는 응급헬기가 아닌 경비정 3척에 옮겨 타며 이송돼 사망했다. 전 씨는 이송 지연 문제를 재판부에 손해배상 소송했고 일부 승소를 거둔 상태이다.
이날 행사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주 비오 신부)는 4월 15일 만천성당에서,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종관 펠릭스 신부)와 공동선실현 사제연대는 4월 16일 중앙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광주대교구 노안본당(주임 이요한 요한 사도 신부)은 4월 16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이호재 기자 h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