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학기부터 미국 텍사스주 내 공립학교 교실에는 십계명이 담긴 포스터나 액자가 걸릴 예정이다.
미국 가톨릭통신(CNA) 등에 따르면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공화당, 가톨릭)는 6월 21일 주 상원 법안 10호 ‘공립학교 십계명 포스터 설치’ 건에 서명했다. 지난 3월 19일 주 상원에서 발의된 이 법안은 20대11로 가결, 5월 25일 하원에서도 82대46으로 상원으로 넘겨져 상원에서 의결됐다. 주 내에는 공립학교 9100개교와 학생 600만 명이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십계명 액자나 포스터는 최소 가로 16인치(약 40㎝)ⅹ세로 20인치(약 50㎝)로 규정됐다. 교실 내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있어야 하며, 교실 어디서든 평균 시력을 가진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글자체여야 한다. 애벗 주지사가 6월 21일 서명한 600개 법안 중에는 ‘교칙으로 학생 및 교직원이 자발적 기도와 경전을 읽고 참여하도록 규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되자 학부모 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수정헌법 제1조 종교의 자유 조항을 침해해 정교분리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은 텍사스주를 연방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그리스도인·유다인 지도자들은 지난 3월 주 의회에 “정부는 당국의 권한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미국 방송매체 CBS에 따르면 일부 학부모는 “부모의 양육 방식을 방해하고 아이들의 종교의 자유를 해친다”며 주 법원에 주 교육위원회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십계명법은 주로 보수층이 주도하는 주에서 공립학교에 종교를 삽입하려는 노력”이라고 평했다.
이미 루이지애나주와 아칸소주에서도 이같은 법안이 통과됐는데, 루이지애나주는 연방법원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아 법안이 폐기됐다. 아칸소주는 연방법원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도 ‘복음주의’에 기반해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내각에는 JD 밴스 부통령 등 3분의 1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백악관 산하에 종교자유위원회를 구성, 주교 5명을 포함한 가톨릭 성직자 6명이 일원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중 직무수행 ‘긍정’ 비율은 40%인데,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은 72%가 현 행정부를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