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발생한 폭탄 테러로 파손된 시리아 다마스쿠스 성 엘리아스 성당의 모습. 이미숙 수녀 제공
최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한 그리스 정교회 성당에서 발생한 테러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리아 과도정부 수반에 대한 암살 기도가 잇따르면서 현지 그리스도인들의 종교 자유와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불안과 고통 속에도 신앙을 지키고 있는 중동 그리스도인들과 함께할 것을 약속하며 평화 회복을 강조했다.
6월 22일 다마스쿠스에 있는 그리스 정교회 성 엘리아스 성당에서 미사 중 폭탄 테러가 발생해 25명이 숨지는 등 60여 명이 다쳤다. 당시 성당에는 350여 명이 모여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다. 시리아 당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의 한 분파가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테러는 지난해 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내전이 종료된 이후 다마스쿠스에서 발생한 첫 자살폭탄 테러다. 최근에는 IS가 과도정부 수반인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가 국내 소수 종교인에게도 관용을 약속했지만, IS 잔당들이 정세 불안을 틈타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6월 25일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시리아에서 발생한 테러와 잇따른 테러 시도는 수년간 내전을 겪은 시리아의 뿌리 깊은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저는 중동의 그리스도인들과 가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전쟁과 테러로 고통받는 중동에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복음이 울려 퍼지길 바란다”며 “모두가 대화와 외교, 평화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제사회 역시 변함없는 지원과 연대를 약속하고 있다. 토마스 배럭 미국 시리아 특사는 SNS 성명에서 “잇따른 테러는 끔찍하고 비겁한 시도”라며 “시리아와 주변국의 불안정과 공포를 조성하려는 이들에 맞서 시리아 정부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전했다. 그리스와 네덜란드·벨기에·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 등 유럽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이라크 등 중동 국가들도 테러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교황과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은 굳건히 신앙을 지켜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미숙(살레시오수녀회 중동관구) 수녀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로 우리 공동체 수녀님의 가족 역시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며 “기도의 집인 성당이 죽음의 장소로 변질됐다는 데 모두가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수녀는 “이번 공격으로 많은 이가 상처받았지만 우리는 여기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하느님 교회가 살아있는 희망의 반석 위에 굳건히 서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