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청년 서울 WYD 초청, 北 의사 먼저 물어야

(가톨릭평화신문)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북한 청년들이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 처지를 이해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지, 상대방은 전혀 생각지도 않는데 불쑥 이야기하는 것은 올바른 협상 태도가 아닙니다.”

3일 서울 광진구 주교회의 강당에서 휴가차 방한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만났다. 유 추기경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북한 청년들의 참석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 2014년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요란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북측 의사를 묻기 전부터 언론이 먼저 북한 청년들의 참가를 바란다고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북한 청년들의 참가를 희망하고 기도한다”고 밝혔다.

유 추기경은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며 “한국에 오면 기자들과 직접 만나 편안하게 대화하고 싶었다”며 바티칸에서 여러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대답을 못 한 것에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아침 미사 때 기자들과 한국 언론의 발전을 위해 기도했다고 전했다.

질문은 콘클라베 현장 분위기, 레오 14세 교황과 한국과의 인연,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의 역할과 업무, 12·3 계엄 관련 메시지 발표 배경 등에 집중됐다. 아울러 레오 14세 교황의 방북 가능성과 한국인 새 추기경 임명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2021년 6월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된 유 추기경은 “전 세계 모든 신부님이 자기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양성하고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며 임명 당시 동료 브라질 주교에게서 받은 문자를 회고했다. 문자에는 “세상의 모든 신부님이 기쁘게 살도록 하는 것이 성직자부 장관의 임무이며, 한 명의 신부라도 얼굴이 기쁘지 않으면 그건 장관 책임”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 추기경은 “신부님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것이 제 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티칸에서 ‘웃는 추기경’으로 통한다.

“한국 교회는 열린 교회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보기엔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이 많다”며 “마음이 열려 있을 때 상대방이 내 마음에 들어올 수 있고, 마음을 열었을 때 신뢰하는 관계가 된다”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이 됐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분이 우리나라 남북을 위해 큰 일을 하실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며 “교황님이 미국 분이기에 북미 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인이라는 점에 대해선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들은 그분이 미국인이란 것은 생각 않고, 20여 년간 페루의 가난한 지역의 선교사였던 것을 높게 샀다”고 설명했다. 교황이 주교부 장관으로 일했기에 업무상으로도 자주 소통했다며, “굉장히 가깝게 지낸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라면, 레오 14세 교황은 조용하고 특별히 잘 들어주는 분”이라고도 전했다.

유 추기경은 “지난 6개월 사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종하시고 새 교황님이 선출되면서 교황청이 복잡했다”며 “한국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인터넷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고해성사를 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유 추기경은 “대통령님께 가능하면 올해 중 교황청을 방문하셔서 교황님을 뵀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드렸다”고도 밝혔다. 정치인들에게는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사회에 봉사하는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국민 통합을 이루려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자라나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성경 말씀으로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9)를 꼽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25개 언론사의 기자 51명이 참석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