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가톨릭평화신문)
 


6·25전쟁의 트라우마 / 박문수 / 우리신학연구소

올해로 6·25전쟁이 발발한 지 75년이 됐다. 두 세대를 뛰어넘는 시간이지만 한국전쟁이 우리 사회에 남긴 상흔은 여전히 깊고 치명적이다. 트라우마 치유의 첫 단계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이다. 우리 땅에서 일어나 누구나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잘 모르는 6·25전쟁에 대해 가톨릭 신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은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소장이 살펴봤다.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해결하는 방법까지 찾아보고자 했으나, 이번 책은 중간 보고서 성격으로 6·25전쟁의 실상과 이 전쟁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했다. 「가톨릭평론」에 연재한 글이 그 토대가 됐다.
 

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 양정무 / 사회평론

“여기서는 신비로움과 경외감, 특히 제의적 행사나 종교적 의례에 깊이 빠져 있을 때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본질적인 미로 잠정적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중략) 인간의 깊은 심성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양한 미술을 미의 세계로 묶어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명작의 첫 조건이라고 생각한다.”(45쪽)

「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는 누구나 명작이라 말하는 작품을 해부하며 과연 미술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되묻는 책이다. 이를 위해 저자 양정무(프레데리코, 한예종 미술원장) 교수는 1만 5000년 전 구석기인들이 그린 동굴벽화부터 경주의 석굴암과 로마의 판테온,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경당 천장화와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오가며 명작의 조건과 공통점 등을 분석했다.
 


나의 작은 철학 사전 / 율리아 크놉 / 허찬욱 신부 옮김/ 생활성서

“독일의 학자 라이프니츠는 악에 세 가지 형태가 있다고 말했어요. 첫째 악은 세상이 완전하지 않은 데서 나오는 악이에요. 둘째 형태는 질병, 지진과 홍수, 기근 등 자연의 악이에요. 셋째 형태의 악은 인간들이 서로에게 저지르는 악이에요.”(73쪽)

「나의 작은 철학 사전」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철학책이다. △나는 누구인가요? △왜 이렇게 다양한 종교들이 있을까요? △운명이 있나요? △악은 어디에서 오나요? 등 살아가면서 누구나 마주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여러 분야의 배경지식과 함께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일러스트와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리감을 좁혔다.
 

보름 우물에서 만나 / 윤수 / 바람의아이들

1801년 조선 땅에서 발생한 대대적인 천주교 박해 사건인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동화다. 서울 북촌에 그 모습이 남아 있는 ‘석정보름우물’은 주문모 신부가 조선에서 첫 미사를 집전할 때, 그리고 김대건 신부가 북촌 일원에서 천주교를 알릴 때 성수로 이 우물물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유박해 당시 수많은 순교자로 인해 물맛이 써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책은 비통하고 혼란스러운 시기, 주인공 정이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천애 고아로 외롭게 쓸쓸하게 자란 정이에게는 국가의 이념이나 사대부 선비들의 정쟁보다 모두 똑같이 사랑받을 존재라는 하느님 말씀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온갖 시련을 겪는 정이를 따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보편적인 사랑의 의미,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이 보여준 사랑과 신념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전해졌는지 그려낸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