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나비효과와 원목활동

(가톨릭평화신문)



1972년 로렌츠는 컴퓨터 기상 모의실험 중 데이터값에서 아주 작은 소수점을 생략하고 입력합니다. 대수롭지 않아 보였던 이 수치는 끊임없이 증폭되고 확장되어 엄청난 결괏값의 변화로 나타났습니다.

훗날 이는 나비효과 (butterfly effect)라고 알려진 이론이 됩니다. 혼란스럽게 연결된 세상 안에서는 아주 미세한 변화나 차이가 예상할 수 없는 큰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마치 브라질에서 살고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기후변화에서만 있을까요? 그 대상이 인간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인간은 아주 복잡한 존재입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인간도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꿈을 동시에 지닌 채 수십 년간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동시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줍니다.

내가 어느 날 병을 얻어 움직임이 멈추어 선다면, 더구나 만약 치료가 힘들거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은 그 존재만으로도 매우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고, 그 안에서 연결된 수많은 이들과의 관계성·영향력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유기적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 병에 걸렸다면 육체적 병과 영적인 돌봄을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연결된 모든 측면과 관계성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다양한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원목활동이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며, 환자에게 기도해주고 성사와 미사를 거행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환자들의 심리와 영성, 사회적 지위, 인간관계, 과거의 삶과 미래 시간 등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예측하여 필요한 돌봄과 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원목의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나비는 나비이고 돌풍은 돌풍이 아닙니다. 나비효과를 통해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삶은 그 나비의 날갯짓보다 더 다채롭습니다.



강진형 신부(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