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원, 전국 최대 쪽방촌에 인술 등불 밝혔다

(가톨릭평화신문)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운데)와 요셉의원 고영초 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서울역 이전 개원 축복미사를 마치고,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가난한 환자들을 하느님의 선물로 여겼던 선우경식(요셉, 1945~2008) 원장이 설립한 무료진료소 요셉의원이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촌이 있는 서울역 인근에서 세 번째 등불을 밝혔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산하 요셉나눔재단법인 요셉의원(원장 고영초)은 8월 29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서울역 이전 개원 축복미사 및 축복식’을 거행하고 서울역 시대를 개막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389, 1240개 쪽방이 밀집한 이곳. 서울역을 오가는 기차들이 내려다보이고, 노숙인들이 모여드는 서울역 광장 맞은편 14번 출구 앞에 요셉의원이 새 둥지를 틀었다. 1987년 관악구 신림동에서 진료를 시작한 요셉의원은 1997년 영등포역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복되는 도시 재개발로 이전을 거듭하다 7월 22일 영등포에서 마지막 진료를 마치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서울역 주변은 선우경식 원장이 생전에 요셉의원을 세우고 싶어 했던 곳으로 전해진다. 최근 선종한 유경촌 주교가 자주 도시락 배달을 했던 쪽방촌도 이 일대에 있다. 유 주교는 요셉나눔재단법인 이사장이었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요셉의원 건물 계단 복도에는 층층이 요셉의원의 발자취가 기록된 흑백 사진들이 걸렸다. 새 건물에는 4개의 진료실과 약국·진단 검사실·초음파실·봉사자실·경당·식당 등이 갖춰져 있다. 안내와 접수가 이뤄지는 1층에선 액자 속 흰 가운의 선우경식 원장이 환한 미소로 환자들을 맞이한다. 7층 경당에는 선우 원장의 손때 묻은 의사 가운과 청진기, 성모상과 묵주가 전시돼 있다.

고영초(가시미로) 원장은 미사 후 간담회에서 “영등포에서는 하루 100여 명을 진료했는데 이곳에서는 두 배 이상의 인원을 진료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역에는 (노숙인들에게) 밥을 주고 목욕·이발 봉사해주는 분들이 많아 진료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요셉의원이 용산으로 오게 된 것이 반은 씁쓸하고 반은 기뻤다”며 “용산은 집값이 비싸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소외 계층이 많고, 서울역 광장으로 나오지 않는 1인 가구 청장년층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셉의원의 따뜻한 출발이 용산에서 시작된 만큼 소외된 이들에게 큰 희망이 되길 바라며, 실질적 도움을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요셉의원이 신림동에서 재개발로 밀려나는 과정을 겪었지만, 이는 더 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향한 하느님의 인도였다며 “요셉의원이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중심지가 되도록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요셉의원 서울역 이전 축복미사 후 고영초 원장이 용산구청 관계자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선우경식 원장과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홍근표(요셉나눔재단법인 사무총장) 신부는 재능기부로 설계해준 간삼건축 김태진 대표이사와 다움종합건설(대표이사 황용귀), 가톨릭 건축사 사무소(소장 황원옥 수녀)에게 유경촌 주교 명의 감사패를 전달했다. 축복식에는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과 이문주 신부 등 역대 원장 신부, 요셉나눔재단 이사회, 의료봉사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요셉의원은 개원 이래 77만여 명의 환자를 무료 진료했다. 내과·정형외과·정신건강의학과·치과 등 15개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봉사자 130명, 일반 봉사자 700여 명, 정기 후원자 5500명이 인술의 맥박을 잇는 데 함께해왔다. 요셉의원은 요셉이웃사랑센터(센터장 안분이 수녀)를 마련, 쪽방촌과 서울역 주변 고시원 등을 찾아다니는 방문 진료도 실시한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