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일주일 전부터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던 김대건(대건 안드레아·40·수원교구 수진동본당) 씨는 단순한 만성피로 증상이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두 달 전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통증이 점점 심해지자 가까운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하루빨리 대학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유했다.
대학병원에서 김 씨는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과 ‘필라델피아 염색체 변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그의 백혈구 수치는 정상치의 30배에 달했다. 의료진은 진행이 워낙 빨라 항암치료 중에도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10년 동안 금속 인테리어 프리랜서로 성실히 살아온 김 씨에게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곧바로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여러 차례 실패했다. 2024년 3월에는 친누나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며 희망을 품었으나, 이식 3개월 만에 15년째 파킨슨병을 앓던 아버지가 별세하는 아픔을 겪었다. 강인한 의지로 버텨온 김 씨도 이때는 삶의 의욕을 잃고 아버지를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고통이 너무 컸던 것일까. 불과 6개월 만에 병이 재발했고, 그는 두 달 가까이 무균실에서 항암제를 달고 지내야 했다. 이후 ‘마지막 약’이라 불리는 강력한 항암제를 투여받았다. 간 혈관 폐쇄증이라는 치명적 합병증 위험이 컸지만,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행히 올해 5월 새로운 기증자를 만나 두 번째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을 수 있었고, 현재는 이식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곰팡이균 감염이 가라앉지 않아 혈액검사만 반복하며,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치료 과정은 가정 형편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경제는 완전히 무너졌고 겨울이 오기 전에 지금 살고 있는 반지하 집에서도 나가야 해요.”
근육이 빠져 혼자 식사조차 힘든 김 씨는 아내 강은지(소화 데레사·40) 씨의 돌봄 없이는 생활이 어렵다. 부부 모두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세 대출 만기가 12월로 다가왔지만, 치료비와 생활비로 지난 10년간 모은 돈을 모두 써버려 갚을 길이 없다. 결국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처갓집으로 옮겨야 하는 처지다. 왕복 5시간이 걸려 응급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김 씨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성당에서 복사로 봉사했고, 부모와 누나 역시 신심이 깊었다. 그러나 누나의 수도원 퇴소와 아버지의 선종, 그리고 자신의 투병이 겹치며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하느님을 등질 마음은 한 번도 없었다”며 “원망으로 성당을 멀리한 적은 있었지만, 결국 힘들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분은 하느님이었다”고 고백한다.
수진동본당 주임 이형묵(요셉) 신부는 “김 씨가 젊은 나이에 예기치 못한 병을 얻어 몸과 마음이 크게 지쳐 있다”며 “국가의 복지 혜택마저 줄어들어 어디에 기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씨와 가족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교우들의 관심과 기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