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늑약 120년’…서울 정평위, 덕수궁서 ‘국민 주권’ 의미 되새겨

(가톨릭신문)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 이하 정평위)가 을사늑약 체결 12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맞아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평위는 9월 20일 서울 정동 덕수궁 일대에서 ‘을사늑약 120주년 및 광복 80주년 기념 인권 생명 평화 기행’을 열고, 서울 중학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하성용 신부 주례로 ‘인권 생명 평화 미사’를 봉헌했다.


정평위는 을사늑약과 광복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성찰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하고자 기행지를 을사늑약이 체결된 덕수궁으로 택했다.


기행 중에는 방송인 김제동(프란치스코) 씨가 해설을 맡아 국민 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씨는 “을사늑약 이후 황권이 무너지면서 대두됐던 것이 바로 국민 한 명, 한 명의 주권”이라며 “덕수궁에서 있었던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며, 민주주의와 국민 권리의 소중함을 느껴달라”고 전했다.


하성용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오늘 역사 기행이 여러분 각자가 가치 있는 사람임을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수 있을 때 하느님께서도 여러분을 사랑해 주신다”고 전했다. 이어 “주체성 없이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며 신앙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다른 이에게 세상이 아직 살 만하다는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신앙인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행사는 참가자들이 교회의 선한 영향력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김희진(엘리사벳·서울대교구 상암동본당) 씨는 “교회가 일제 강점기 시절 고통을 방관했던 것을 반성하고, 이제는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지닌 분들과 함께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행사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3년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는 최정희(아델라·서울대교구 시흥5동본당) 씨는 “평소 인권, 생명, 평화에 관심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했다”며 “행사에 참여하면서 사회 정의를 위한 활동에 조금씩 동참하려 한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인권 생명 평화 기행’은 올해로 11회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정평위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 파주 DMZ, 삼척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현장, 군산 수라갯벌 등을 찾아 사회 정의를 위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역할과 소명을 성찰해 왔다.




이호재 기자 h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