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형제도폐지 연례세미나에서 인사하고 있다.
계엄시 대통령이 사형도 창설 가능
모든 법 체계 안에 사형 문구 없애야
국가 제도에서 사형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평시와 전시 등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법 체계 안에서 ‘사형’ 문구를 없애고 사형제도의 신설 금지를 명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같은 주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사형제도폐지 연례세미나에서 나왔다. 올해 세미나는 ‘사형제도폐지와 인권적 대안’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선 실질적 사형 폐지국인 우리나라가 절대적 종신형(가석방 없는 종신형) 전환이나 사형제도 대체형벌의 필요성을 넘어 대체형벌의 대안이 논의됐다. 이학영(더불어민주당) 국회부의장 등 의원 13명이 공동주최했다.
이덕인(부산과학기술대) 교수는 발표에서 “지난해 12월 우리는 비상계엄이라는 충격적 경험을 공유했다”며 “계엄을 발동하면 헌법이 완전 중지되고 대통령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되며, 사형도 창설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전시특례법 등 현행법이 아닌 법안에는 사형이 규정돼 있다”며 “다시 비상사태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도 존재하고 추후 법을 제정할 때 사형 제정을 막기 위해 ‘사형 신설 방지’ 법안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유기징역의 상한과 가중이 과하다고도 지적했다. 유기형의 상한이 높을수록 무기수들의 가석방 심사가 가능한 최소 복역기간이 가중돼 가석방이 실질적으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형벌의 의미는 죄수의 교화와 재사회화인 만큼 이 의미를 살리기 위해선 인도적 형벌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현재의 유기형 상한을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되돌리거나 최소 10년은 하향 조정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상 유기징역을 살더라도 가중되면 45년을 복역해야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는데, 이같은 현실에서 무기수의 경우 20년 이상 복역 시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국제적 기준 마련과 가석방 심사를 법무부에서 사법부로 이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주현경(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회로 이어진 토론에서는 오승진(단국대 법과대학장) 교수·김대근(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최새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홍성수(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한인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인사말에서 “우리나라에서 사형제도 폐지 움직임이 많이 진전됐다”며 “그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10차례 입법이 되면서 사법부도 사형 판결을 매우 억제하고 있다. 21세기 보수 정권 당시에도 사형 집행은 없었다”고 전했다.
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가석방과 사면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는 상대적 종신형을 대체 형벌로 하는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을 국회에 제안하고 발의를 요청한다”며 “사형제도 폐지는 폭력과 죽음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 후 열린 사형폐지소위 회의에서는 김형태(요한) 변호사가 총무에 재임명됐다. 10월 11일에는 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에서 주교회의 정평위와 cpbc 가톨릭평화방송이 공동주최하는 사형제도폐지 기원 음악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