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눈물로 시작한 해외 선교, 여기가 천국이었네
(가톨릭평화신문)
모든 것이 은총이었다 / 박보경 / 기쁜소식
설립 50주년 맞은 한국외방선교회 사제들의 사목 현장 생생하게 담겨
“뚜껑 없는 변기 물통에 늘 그렇듯 까맣게 때 낀 세면대, 거미줄에 각종 벌레 등 그리고 성한 거 하나 없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신부님들은 넋이 나갔다. ‘여기서 사는 건가요?’ ‘여기서 어떻게 살아요?’ 크게 낙담하시더니 신부님들이 실제로 사목하게 될 본당 몇 군데를 둘러보고 나서는 ‘와~ 여기가 천국이었구나’하며 반성(?)하셨다고 한다.”(88쪽)
“‘내가 왜 선교사가 되었지’ 후회할 때쯤 되면, 멀리서 ‘빠뗄!’(신부님) 하는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아, 이제 다 왔구나’ 하신단다.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뛰어오고 교우들이 멀리까지 마중 나와 신부님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면 힘들었던 것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진짜 어린 양들을 보듯이 그렇게 애틋하시단다.”(27쪽)
「모든 것이 은총이었다」는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한국외방선교회의 색다른 기록이다. 1981년 한국 교회 역사상 최초로 선교사가 파견된 파푸아뉴기니부터 모잠비크·대만·캄보디아·멕시코·필리핀·알래스카 등 한국외방선교회 소속 사제들의 사목 현장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대부분 무덥고 습하고 가난하고 약도 없고 전기 및 상하수도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석기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 사제들’의 이야기다. 현지를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레 얼굴이 찌푸려지고 눈시울도 뜨거워지는데, 힘겹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제들의 모습에 어느덧 미소를 짓게 된다. 2005년부터 한국외방선교회 후원회 총회장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보경(오틸리아)씨가 직접 방문하고 느낀 점을 진솔하게 글로 옮겼다.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