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불완전한 두 사람이 하늘빛 닮아가는 사랑의 시작

(가톨릭평화신문)
결혼은 완벽한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불완전한 두 사람이 서로의 그림자를 끌어안으며 조금씩 하늘빛을 닮아가는 사랑의 시작이다. 결혼식 모습. 뉴시스

“저, 곧 결혼해요.” “와~ 축하해요!”

주변 사람들의 축하 인사에도 그의 얼굴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앞둔 그는 설레야 할 순간인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무겁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런 심리를 ‘매리지 블루(Marriage Blue)’라 부른다.

블루는 본래 고요하고 평화로운 색인데, 그런데 왜 우울의 색이 되었을까. 아마도 파랑이란 색이 빛과 어둠 사이, 그 미묘한 경계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은빛이 스며들면 침잠의 남색이 되어 고독을 부르고, 흰빛이 닿으면 밝은 하늘색으로 변해 신뢰와 평화를 전한다.

하늘도 바다도 모두 푸르다. 누구는 그 푸름 속에서 희망, 누구는 공허를 본다. 같은 푸름 안에도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그래서 블루는 단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마음의 깊이를 드러내는 색이다. 심리학자들이 블루를 ‘감정의 진폭을 보여주는 색’이라 부르는 이유다.

결혼도 그렇다. 서로의 색이 만나 섞이는 일, 때로는 짙어지고, 때로는 밝아진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색으로 살아간다. 내가 남색으로 어두울 때 상대가 맑은 하늘색으로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것이 결혼의 의미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랑을 배우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영원히 사랑할 자신이 없기에, 사랑을 배워가고자 결심하는 것이다. 외로움 속에서 혼자보다 둘을 꿈꾸는 이유는 결핍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그 결핍을 통해 서로를 완성하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한다. 현실은 가혹하다. 사랑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고,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불안정 때문에 사람들은 ‘함께 산다’는 약속을 망설인다. 그것이 현대인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결혼은 본디 완벽한 행복의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마주하고, 그 거리를 인정하면서도 함께하려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지 배우게 된다. 어쩌면 ‘매리지 블루’는 바로 그 배움이 시작되는 관문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결혼했든 혼자든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혼의 외로움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으면서도 완전히 닿지 못하는 거리에서 온다. 그 거리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바로 사랑 아닐까.

결혼은 완벽한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불완전한 두 사람이 서로의 그림자를 끌어안으며 조금씩 하늘빛을 닮아가는 사랑의 시작이다. 그 우울 덕분에 사랑은 더 깊어진다.

시인 정호승은 말했다.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기도는 완전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 빛을 찾는 일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하겠다는 진심 어린 다짐이다. 기도는 서로의 불안을 품고, 결핍을 껴안으며 하나의 삶을 함께 빚어가도록 안내한다.

그래서 결혼은 단순히 둘이 함께 사는 일이 아니다. 서로의 다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마음의 훈련’이며, 매일의 기도를 통해 깊어지는 ‘사랑의 영적 수련’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는 남자과 여자를 따로 만드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갈비뼈에서 다른 한 사람을 빚으셨다. 본래 하나의 숨결에서 나누어진 둘은 서로의 곁에서 때론 어둠이, 때론 빛이 되어 진정한 사랑을 빚어간다.

하늘이 가장 푸른 10월은 결혼의 계절이다. 이때의 블루는 우울의 색이 아니라 사랑의 색이다. 결혼을 앞둔 모든 이들이 희망의 하늘색, 도전의 바다색 블루로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가길 응원한다. 매리지 블루로 시작된 사랑이 언젠가 두 사람만의 색으로 물들기를 바란다.


<영성이 묻는 안부>

요즘 결혼을 주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미혼 남녀 중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해마다 낮아지고, 자녀를 꼭 갖겠다는 응답도 줄고 있습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불안’이라는 색이 깔려 있습니다.

결혼은 서로의 어둠을 덮고 밝음을 나누는 일입니다. 그래서 ‘매리지 블루’는 단순한 불안의 색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하나의 빛으로 물들어가기 전의 ‘준비색’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완벽한 사람을 찾는 일이 아니라, 불완전한 둘이 함께 색을 맞춰 가는 과정이니까요.

성모님은 언제나 푸른 망토를 입고 우리 곁에 계십니다. 그 푸름은 어둠을 품되 절망하지 않고, 슬픔을 안아주는 색입니다. 하늘의 여왕으로 희망을, 바다의 모후로 평화를 비추십니다. 성모님의 블루가 우리 마음에도 스며들어 불안을 덮고, 희망으로 물드는 사랑을 그려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