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성전의 기초인 평신도

(가톨릭평화신문)


이번 주일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이고, 연중 제32주일을 평신도 주일로 지냅니다.

로마에는 4곳의 대성전이 있습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 외곽에 성 바오로 대성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모셔져 있는 성모 마리아 대성전, 그리고 오늘 축일을 지내는 라테라노 대성전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성 베드로 대성전이 건축되기 전까지는 교황께서 거처하시던 성전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에서 250여 년 동안 박해가 계속되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에 의해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고, 324년 라테라노 대성전을 세웠습니다. 이 성전은 로마교구의 주교요, 전 세계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머무는 교황좌 성당 역할을 했고, 그래서 라테라노 대성전 입구에는 라틴어로 ‘Omnium Ecclesiarum Urbis et Orbis Mater et Caput’, 즉 ‘로마와 전 세계 모든 교회의 어머니이며 머리’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교회 박해 이후 가장 오래된 성전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의 축일을 기념하는 이유는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교회를 통해 굳건히 믿음을 지켜 오늘에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축일은 로마의 주교인 교황의 주교좌성당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믿음과 사랑의 일치를 기원하고, 하느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 신비체요 신앙 공동체인 교회를 기념합니다. 우리는 오늘 축일을 지내며 거룩한 성전의 의미를 새겨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더럽히는 이들을 물리치시며 정화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분노하신 이유는 하느님을 모독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분노는 인간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됩니다. 인간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과 하느님을 저버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러한 예수님을 오히려 신성모독이라는 죄목으로 고발하고 십자가에 못 박습니다.

복음은 성전이란 예수님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도 이 성전이 건축물로서의 성전이란 의미도 있지만, 예수님께서 가장 소중한 성전이시고, 세례를 받고 하느님을 믿는 모든 그리스도인도 그리스도를 모시는 살아있는 주님의 성전이라고 확대해서 설명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몸인 성체를 모십니다. 그렇기에 성전입니다. 따라서 주님을 모시는 성전으로서 합당한 모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 오늘은 거룩한 성전인 모든 그리스도인, 특히 평신도로서 역할을 되새기고 다짐하는 평신도 주일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품의 구성원과 교회가 인정한 수도 신분의 구성원이 아닌 모든 그리스도인이 평신도라는 이름으로 이해된다’(「교회 헌장」 31항)고 평신도 신분을 규정합니다.

성직자·수도자·평신도는 세례를 받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면에서는 꼭 같습니다. 다만 교회 안에서 맡겨진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평신도는 세속에 삶의 바탕을 두고 있는 이들입니다. 세상 곳곳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며, 세상의 부패를 막고 새롭게 변화시켜야 할 사명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평신도입니다.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들도 평신도 가정에서 나옵니다. 교회가 조직이나 구조적으로 아무리 거대하다 하더라도 깨어 활동하는 평신도가 없다면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요, 살아있는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임을 자각하고, 하느님께서 머무르시기에 순결하고 거룩한 참 성전이 되도록 노력해 세상에 하느님 현존을 드러내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