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성모 마리아에 공동 구속자 호칭, 부적절”

(가톨릭평화신문)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4일 로마 예수회 본부에서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발표하고 있다. OSV



교황청이 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속자’(救贖者)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공식 밝혔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는 4일 발표한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통해 “성모 마리아에게 ‘공동 구속자’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예수님만이 유일한 구속자이심을 천명했다.

 

교황청은 공지에서 “마리아에게 공동 구속자라고 칭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흐리게 하고, 조화로운 신앙 진리를 깨뜨릴 수 있다”면서 “‘모든 은총의 중재자’·‘은총의 어머니’와 같은 호칭에 대해서도 특별한 주의를 요구한다”고도 밝혔다. 해당 공지는 발표에 앞서 10월 7일 레오 14세 교황의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교황청은 ‘공동 구속자’와 같이 신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호칭 사용을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신앙교리부는 공지에서 “일반적으로 ‘공동 구속자’라는 호칭은 신적 모성과 연관된 것”이라며 “이러한 해석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교의적·사목적·교회 일치적인 이유로 이 호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었다”고 밝혔다.

 

신앙교리부는 동시에 ‘공동 구속자’에 대한 역대 교황들의 견해도 함께 알렸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재임 시기인 1996년 2월 당시 교황청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 장관이었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당시 열린 토론에서 “이 호칭들(공동 구속자)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며 그 안에 담긴 교회 가르침도 성숙하지 않다”며 “이 호칭들 안에 표현된 가르침이 성경과 사도적 전통 안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공동 구속자'라는 호칭의 사용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신앙교리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리아의 협력을 정의하기 위해 ‘공동 구속자’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세 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며 “이 호칭은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원 중재를 모호하게 만들 위험이 있고 그리스도교 신앙 진리의 조화에 혼란과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앙교리부는 ‘은총의 어머니’·‘모든 은총의 중재자’라는 호칭을 사용할 때에도 “폭넓은 설명이 제시되어야 한다”며 무분별한 사용을 절제할 것을 당부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