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극희귀질환 앓는 아들 돌보는 아빠

(가톨릭평화신문)
도진(가명)군의 가족 사진.


“아들이 커서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지능만이라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와 아내는 먼저 세상을 떠날 텐데, 혼자 남은 아들이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잖아요.”

4살배기 아들을 둔 아빠 이준호(가명, 47)씨의 유일한 소망이다. 도진(가명)군이 아직 이씨 아내의 뱃속에 있을 때, 의사는 ‘아이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아내가 선천적으로 앓고 있는 연골 무형성증이 아이에게 유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소중한 첫 아이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 아이 살리려고 교수님 찾아왔죠! 지우려고 했으면, 먼 서울까지 왔겠습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그러나 체구가 작은 아내는 뱃속에서 계속 자라나는 아이의 성장을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자칫 아내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그렇게 도진군은 임신 34주차에 1.88㎏ 미숙아로 세상에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입원해야 했던 도진군은 뇌 손상(백질연화증)으로 인한 심한 지적 장애와 뇌병변 장애·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앓고 있다. 우려하던 엄마의 병은 유전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던 부부였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들이 국내에 환자가 몇 없는 극희귀질환들을 지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질병 코드도 없어 병원에서는 ‘dhx37 유전자 변이’라는 설명만 받았다. 대표적 증상은 두개골 등의 뼈 기형·뇌실 확장증·심장 질환 같은 것들이 있다. 최근에는 성장 지연·소두증·정신 지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dhcr7 유전자 변이를 진단받았다.

이씨는 아들이 치료조차 막막한 극희귀질환 진단을 받을 때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아들이 느려도 잘 극복하며 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속적인 언어치료를 받다 보니, 지난해 ‘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 또한 겨우 말하는 수준이지만, 이씨가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다.

하지만 현실은 막막하다. 이씨는 군 복무 시절 무릎을 다쳐 오래 서서 일할 수 없다. 이에 목욕탕 접수실에서 하루에 3~4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겨우 해내고 있다. 아내는 아예 일하지 못한다.

이들은 이씨 월급 92만 원에 정부 지원금까지 총 200여만 원으로 생활한다. 극희귀질환이라 비급여인 아들 치료비와 까치발 증후군 등을 교정하는 의료보조기기에 드는 수백만 원은 여태 빚을 내 부담했다. 전세 대출 2000여만 원 외에도 빚만 1억 3000만 원 정도다.

이씨도 고혈압·부정맥·협심증을 앓고 있지만, 자신을 돌보는 것은 사치로 느껴진다. “저는 지칠 수 없습니다. 아들을 살리는 게 먼저니까요. 끝까지 책임져야죠.”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후견인 :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달성군종합사회복지관장 이상봉(베드로)

“이씨는 병명도 없는 극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을 돌보는 것이 힘에 부치지만, 강한 책임감을 잃지 않는 아버지입니다. 도진군 가족을 위해 도움의 손길 부탁드립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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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6일부터 22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3)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