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 운동의 증언 기록…「가톨릭 실천지성 I」

(가톨릭신문)

우리신학연구소의 ‘기억과 기록 시리즈’ 세 번째 작업인 이 책은 한국 가톨릭 평신도 원로 4인(김수복, 김원호, 성염, 최재선 선생)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단순한 증언 기록을 넘어 한국 평신도 신학 운동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복원해 냈다.


등장하는 4인은 모두 우리신학연구소와 깊은 인연을 맺으며 평신도 신학 연구와 사회 참여를 선도해 온 인물들이다. 김수복 선생은 초대 소장을, 성염 선생은 초대 이사장을, 최재선 선생은 이사를 역임했으며, 김원호 선생은 현재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책은 인터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롭게 발굴한 자료와 다른 역사 기록을 비교·검증하며 지성사의 면모를 갖췄다. 시대적·교회적 맥락을 복원하고 역사학적 엄밀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도 높다.


김수복 선생은 광주에서 활동한 천주교 사회운동가이자 해방신학 번역의 선구자다. 5·18 광주민중항쟁과 해방신학과의 만남을 통해 ‘사회적 회심’을 겪은 그는 도서출판 ‘일과놀이’를 설립하고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독학하며 해방신학 서적 번역에 헌신했다.


김원호 선생은 30여 년간 특허법인 대표 변리사로 활동하며 특허 업계에 파트너십 경영을 도입한 인물이다. ‘원죄 신앙’에서 ‘원복 신앙’으로의 전환을 경험한 그는 빛두레신앙인학교 교장,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했으며, 은퇴 후에는 씨알재단 이사장으로서 다석 유영모와 함석헌의 사상을 계승하고 있다. 


성염 선생은 로마 교황청립 대학에서 라틴 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이자 번역가로, 주교황청 한국대사를 역임했다. ‘평신도 신학 운동의 불쏘시개’로 평가받는 그는 구스타보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을 번역해 군사독재에 항거하던 지성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성 아우구스티노 연구와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최재선 선생은 ‘가난한 이의 교회’와 ‘인간발전’이라는 두 축을 통합하며 사회사목을 평생 실천해 왔다. 한국 카리타스의 전신인 인성회를 창설하고 30여 년간 실무를 이끌며 한국교회가 ‘원조받는 교회’에서 ‘원조를 주는 교회’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인간 발전을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이 더욱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복음화의 여정’으로 정의했다.


책은 평생 교회와 세상에 헌신했던 4인의 기록을 통해 후배들에게 소중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동시에 한국 현대사와 가톨릭교회사, 지성사를 아우르는 중요한 사료로 의미를 지닌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