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제주 성심원 사랑의 집 폐쇄 강행에 반발…“피해자 보호보다 증거 인멸 우선”

(가톨릭신문)

“제주도가 진정 장애인을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성심원 사랑의 집’에서 벌어진 학대와 금품 갈취의 가해자를 처벌하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시설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시설 폐쇄 강행은 오히려 피해 사실을 은폐하려는 공범 행위이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일 뿐입니다.”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는 11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법인 ‘성심원 사랑의 집’(이하 성심원)에서 발생한 장애인 보조금·금품 갈취 사건과 제주도 행정 당국의 시설 폐쇄 조치를 강하게 규탄했다.


피해자 가족과 부모회는 기자회견에서 성심원 관계자 및 제주시청 공무원들을 사기·보조금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가우 이경환 변호사의 고소·고발 취지 발표에 따르면, 성심원 운영진은 사회복지법에 대해 알기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부모들에게 접근해 ‘수급자는 국가 보조금이 안 나와서 시설비 전액을 내야 한다’고 거짓말해 이용료 전액을 받아냈다.


그러나 사실 국가는 이 기간 내내 매월 1인당 29만 원에 달하는 ‘시설이용료보조금’을 법인에 지원하고 있었으며, 법인은 이용료와 보조금을 이중으로 착복해 수억 원을 편취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들은 피해 장애인들을 보조금 신청 명단에서 고의로 빼고, 그 자리에 수급 자격이 전혀 없는 시설장 김모 씨의 세 자녀를 허위로 등재해 14년간 국가 보조금을 부정수령했고, 시설 이용료 약 2억 원을 면제했다”며 “법인의 재산을 빼돌려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명백한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 지사는 2023년 7월, 시설 폐쇄 권한이 있음에도 이를 제주시장에게 떠넘겼고, 법인 이사진이 전원 해임돼 운영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법적으로 의무인 ‘임시이사 선임’을 하지 않아 직무를 고의로 유기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설과 법인을 폐쇄하는 것은 14년간의 회계자료와 문서를 합법적으로 파기하고, 범죄 피해자인 100여 명 장애인과 가족 공동체를 흩트려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부모회 제주지부장 방군심 씨는 “2024년 10월 피해 사실이 드러난 후 제주도는 안전 위협과 경제적 압박 등으로 은폐를 시도했고, ‘반복된 학대’를 이유로 시설을 폐쇄하며 인력을 고의로 충원하지 않아 한 방에 9명을 몰아넣고 종사자 1명에게 돌보게 하는 등 구조적 학대가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청구할 수 없는 월 48만 원의 이용료를 부과하며 사실상 퇴소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카리타스협회 정책위원회 이병훈 신부(요한 세례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정책 담당)는 마무리 발언에서 “이 사건은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학대이자 보금자리를 빼앗는 말살 행위”라며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모회는 지난 10월 발의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 폐지를 촉구하고자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와 함께 11월 27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두 단체는 ▲탈시설지원법이 장애인 복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시설의 단계적 폐쇄를 사실상 전제하고 있어 장애 당사자와 가족의 선택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주거 선택권을 침해하고 ▲중증·발달·중복·고령 장애인의 24시간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 없는 시설 폐쇄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