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를 전하고 실천한 카를로 성인

(가톨릭평화신문)
산타 마르게리타 항구에서 찍은 사진. 카를로의 조부모님은 산타 마르게리타 리구레에서 살았는데, 집에서 항구가 내려다보였다. 출처=www.carloacutis.com



순수성을 중요시했던 소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톰마세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던 카를로 아쿠티스는 학교 앞 작은 광장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습니다. 레오 13세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죠.

2006년,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여름방학 중 여러 날을 카를로는 조부모댁에서 보냈습니다. 어느 날 저녁, 할머니·할아버지는 친구 모임에 가게 되어 카를로와 카를로 어머니 둘만 남게 되었지요. 그때 카를로의 전화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을 카를로 어머니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저는 카를로의 통화 내용을 엿들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에는 집안이 조용한 탓에 카를로가 하는 말을 전부 듣게 되었지요. 한 여학생의 전화였는데 디스코텍에서 알게 된 남학생과 그날 저녁에 내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카를로는 마치 아버지처럼 엄하게 야단치듯 말하더라고요. 모든 사람은 거룩하고 존엄하므로 존중받아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기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함께해야 하며, 하느님 앞에서 혼인성사로 맺어진 다음에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어요. 사랑을 참된 선(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욕망을 충족시키는 쾌락의 도구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도 했지요. 솔직히 저는 카를로가 ‘성령의 성전’인 ‘몸’의 중요성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났어요. 꼭 신부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가톨릭 교리에 충실했던 카를로 성인

민감한 주제와 관련하여 교회 입장을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할 때 카를로는 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생명과 태아 존중에 대해 확신을 갖고 말했지요. 카를로의 학교 친구는 카를로에 대해 이렇게 기억합니다. “우리는 종종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을 했어요. 낙태를 주제로 이야기할 때, 카를로는 태아도 인간이며, 하느님 자녀라고 힘주어 말했지요.”

또 다른 친구의 말을 들어볼까요? “카를로는 가톨릭교회에서 말하는 교리를 매우 중시하고 그대로 따랐어요. 낙태는 무고한 생명을 해치는 거라며 강력히 반대했던 게 생각납니다.” 어떤 친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반 친구 중에 정신장애아가 한 명 있었어요. 많은 친구들이 그 아이를 놀리고 비웃었지만 카를로는 달랐어요. 항상 그 친구를 감싸주려고 했지요.”


예수님 사랑을 실천한 성인

카를로는 다른 사람을 하느님에게 이끄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카를로에게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였지요. 모든 이를 존중하고 사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에 제삼자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지요. 제삼자는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또 예수님께서 실제로 바로 옆에 계신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사람을 민망하게 하거나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일이 없었으며, 오히려 복음에서 말하는 사랑, 예수님께서 이루신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한국 교회는 대림 시기에 인권 주일과 자선 주일을 지냅니다. 모든 사람이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되었기에 그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려는 것입니다. 또 가난하고 병든 이들, 소외된 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그들에게 자선을 실천함으로써 나약한 모습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우리 안에 예수님을 모실 수 있도록 욕심과 질투와 게으름을 버리고 카를로 성인처럼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겠습니다. 그래야 올겨울 크리스마스 캐럴이 더욱 흥겹게 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