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색감과 천진한 선 송경 화백의 동화 같은 성화

(가톨릭평화신문)
 
성 프란치스코(하늘), 1989.


송경(클라라, 1936~2022) 화백의 회고전 ‘빛의 기도’가 스페이스 성북(서울 성북동 기도의집 1층)에서 개막했다.

송 화백은 1959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이후 열린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7회 연속 입선했으나 교회 밖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작가는 아니다. 1989년부터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정기전에 꾸준히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개인전은 단 세 차례 개최에 그쳤다. 별다른 명예나 평가를 좇지도 않았다. 그러나 서울대교구 가회동성당에 설치된 ‘십자가의 길’ 14처(2013)를 접했다면 수도자처럼 평생 기도와 작업에만 몰두했던 고인의 화풍에 익숙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 가톨릭미술이 형성된 1960년대부터 ‘빛의 기도’를 주제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송 화백은 1997년 제2회 가톨릭미술상 회화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신앙과 예술이 일치된 삶을 살았던 고인의 작품 세계는 물론 작가의 미술사적 위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서울가톨릭미술가회(담당 지영현 신부)와 송 화백의 유가족이 기획했다. 전시장에 소개된 대다수 작품은 해맑은 밝음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특유의 화사한 색감과 천진한 선, 환상적인 분위기는 한껏 성스러운 성화면서 동시에 가톨릭이라는 단어를 걷어내도 동화처럼 아름답다. 「매일미사」와 주보의 표지를 장식한 작품들도 확인할 수 있다.
 
여울따라, 2005.
 
송경 회고전 '빛의 기도' 전경.
 
송경 화백이 작업한 매일미사 표지 그림.
 
송경 화백이 작업한 주보 표지와 장익 주교 등에게서 받은 카드.


지난 2002년 송 화백의 그림과 함께 미사 독서와 복음 해설을 네 권의 책으로 출간했던 이기락(서울대교구 성사전담) 신부는 “송경 선생님은 자신의 맑은 심성처럼 하느님과 모든 피조물에 대한 사랑과 신비를 맑고 진솔한 붓으로 힘차게 노래한 진정한 화가셨다”며 “이번에 전시하는 모든 작품이 그분의 심성을 한결같이 대변한다”고 전했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 박혜원(소피아) 회장도 “예술의 본질은 순수함에 있는데, 수도자처럼 겸손한 삶을 살았던 작가의 순수함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매주 월·화, 공휴일을 제외하고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송 화백의 따뜻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 에코백과 카드 등도 제작·판매하며, 수익금 일부는 갤러리가 위치한 성북동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할 예정이다. 문의 : 02-766-3004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