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결코 과학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유일무이 ‘생명’

(가톨릭평화신문)


우리가 흔히 난임의 해결 방법으로 떠올리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은 모두 ‘인공적인 보조생식술’입니다.

이러한 인공적인 보조생식술에 있어 ‘냉동은 배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시험관 수정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어머니에게 위험한 것인가, 시험관 수정은 배아 연구와 연결되는가’와 같은 수많은 문제가 제기됩니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에는 시험관 수정과 배아 선별이 필수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잉여 배아’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잉여 배아’는 곧 ‘잉여 생명, 잉여 태아’를 일컫습니다. ‘잉여’라는 수식어가 ‘생명’ 앞에 있는 것에 동의하시는지요.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사실은 한 명이 태어나기 위해 평균 17명의 배아가 생겨나지만, 16명의 배아는 죽는다는 것입니다. 이 배아들은 ‘원해진 아이들(wanted children)’이란 낯선 말로 표현됩니다. 그 원해지지 않은 아이들은 냉동 배아나 연구를 위한 배아들로 ‘보관’됩니다. 무려 ‘냉동 보관’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되었으며, 자녀는 창조주 하느님의 선물임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혼인의 가장 뛰어난 선물’은 자녀이며 그렇기에 인간이 여러 자녀(배아) 중 단 한두 명의 자녀(배아 선별)만 선택해서 소유할 수 없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러한 이유로 인공적인 보조생식술, 즉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등으로 아이를 갖는 것을 반대합니다. 모든 아이에게는 하느님 계획에 따라 아빠와 엄마를 맞을 권리가 있습니다.

교회가 난임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톨릭교회는 자연적인 보조생식술인 나프로 임신법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성모병원 다섯 곳에 나프로 임신센터가 운영 중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생명의 복음」에서 “가정은 무엇보다도 자녀 양육을 통하여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완수합니다”(제4장 92항)라고 하셨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바벨탑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대의 바벨탑은 하느님의 전능함에 대한 유혹, 즉 출산 과정을 지배하고자 개입하는 일련의 시도와 과정들 아닐까요. 인공적이든 자연적이든 배아를 과학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이 만든 과학이 결코 만들어낼 수 없고 시도조차 해서는 안 되는 유일무이한 것이 바로 ‘인간 생명’입니다.

오석준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