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엔 교황청 상임 옵서버 대표부 참사관 마르코 포르미카 몬시뇰은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 오용의 증가는 인신매매범들의 피해자 모집과 통제 및 학대를 더욱 용이하게 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포르미카 몬시뇰은 11월 25일 열린 ‘유엔 인신매매 방지 글로벌 행동 계획’ 평가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2025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범죄자들이 AI를 무기화하고 있다”며 “인신매매범들이 AI 번역 도구를 이용해 약자를 유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포르미카 몬시뇰은 “AI 등 기술이 인간 존엄성과 정의, 공동선을 위해 사용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인신매매 방지 글로벌 행동 계획의 이행에 관한 정치적 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에는 인신매매 예방과 가족 결합, 형사 사법 대응 강화, 국제 및 지역 협력 강화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포르미카 몬시뇰은 “이 선언이 채택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이러한 진전에도 전 세계 인신매매 피해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인신매매 피해자는 5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성 착취와 강제노동 등에 동원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자 대다수는 성인 여성과 소녀들로 나타났다. 아동 또한 전체 인신매매 적발 사례 중 38%를 차지한다. 포르미카 몬시뇰은 “인신매매된 소녀들은 주로 성 착취를 목적으로, 소년들은 강제 노동과 범죄, 구걸에 동원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선언문 중 ‘젠더’ ‘대리모 착취’ ‘성 및 재생산 헬스케어 서비스’ 용어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포르미카 몬시뇰은 “인간은 남성 또는 여성으로 창조됐으며, 대리모 관행은 여성과 아동 모두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며 “성 및 재생산 헬스케어 서비스가 낙태 및 낙태 유도제 사용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레오 14세 교황의 연설을 인용해 “전쟁과 테러, 인신매매, 분쟁이 만연하더라도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생명과 대화, 상호 존중의 문화를 경험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