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K-민주주의와 청년 영웅들

(가톨릭평화신문)



“그들이 받은 혜택의 범위 자체가 그들의 책임의 부담을 증가시키며, 이 축복을 그들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더 엄격한 결산을 해야 할 것입니다.”(레오 13세 교황)

1년 전 K-민주주의의 건강함을 소재로 한 한밤의 즉흥극 같았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대통령 선거에 의한 새 정부의 탄생으로 1막이 끝났다. 지금은 괴이했던 비상계엄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와 재판이라는 2막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비상계엄의 전모는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제까지 드러난 것은 비상계엄을 막고자 많은 청년이 여의도로 몰려갔다는 것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후 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가 막아섰을 때 많은 청년이 소위 키세스 밤샘 시위를 했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비상계엄과 관련한 또 다른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비상계엄에 동원되었던 청년 계엄군들이다. 만일 제대로 마음을 먹었다면 10분이면 국회를 장악할 수 있었다는 이들은 지휘관 지시에 소극적으로 따랐다. 만일 이들이 1979년 12·12 군사 반란의 앞잡이로 김오랑 중령에게 총격을 가했던 반란군과 같았으면 K-민주주의는 결딴났을 것이다.

또 총을 들고 있던 청년 계엄군과 몸싸움을 불사한 여성 정치인도 청년이었다. 결국 비상계엄 실패의 결정적인 변곡점에 청년이 있었다. 한편 파면된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반대해 법원의 담을 넘었던 폭도 중에도 청년이 있었음은 비상계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립과 혼란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적나라하게 생중계가 되는 비상계엄 재판 중 자기 부하였던 사람들 앞에서 후안무치한 행동을 보이는 피고들의 모습은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함을 교훈으로 남긴다.

여의도에 모여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계엄군에 맞섰던 청년들과, 지휘관들의 지휘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비상계엄을 좌절시킨 청년 계엄군은 K-민주주의를 위한 청년 영웅들이다. 이들은 유사 이래 공부를 가장 많이 한 세대로 기성세대에게 희망을 구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K-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선배 청년 영웅들의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 1987년 6월 항쟁 때 진압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숨진 이한열, 1979년 12·12 군사 반란 때 죽음으로 반란군에 맞섰다가 산화한 김오랑 중령과 정선엽 병장이 있다.

비상계엄의 뒷수습이 한창이던 8월 12일 서울지방법원은 김오랑 중령의 가족에게 국가가 3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도 국방부 요청으로 항소를 포기하며, 권력이 아닌 국민과 국가에 충성을 다한 참군인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합당한 예우를 받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이제 그에게 무공훈장이 마땅히 추서되어야 하고, 육군사관학교 내에 그의 동상도 건립되어야 한다. 그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전사하였기에 수류탄 투척 훈련 중 부하가 떨어뜨린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부하들을 살리고 대신 산화한 강재구 소령에 준하는 예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미 제19대 국회에서 무공훈장 및 추모비 건립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었고, 이번에 국가 배상 판결도 나왔으니, 무공훈장 추서와 추모비 건립을 통해 청년 세대에게 기성세대 중에도 K-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불사한 청년 영웅들이 있었음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한때 청년 영웅이었을 수 있는 기성세대는 청년세대가 K-민주주의를 위한 청년 영웅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희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정준교 (스테파노,  다음세대 살림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