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결산-한국 교회] 희년의 기쁨 누리며 시노드 정신 확산에 힘쓰고 시복시성 추진과 2027 서울 WYD 준비 박차
(가톨릭평화신문)
2025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희년으로, 한국 교회가 특별한 은총의 해를 보내며 다양한 영적·사목적 여정을 이어간 한 해였다.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생명 회칙 「생명의 복음」 반포 3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했던 2025년, 한국 교회는 선교하는 교회 공동체로서 시노달리타스 정신 확산에도 더욱 힘을 기울였다. 2027년 8월까지 약 20개월이 남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실질적인 준비 과정을 속속 이행한 해였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12월 24일 2025년 희년을 맞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년 문을 개방하고 있다. OSV
11월 9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평신도의 희년 미사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명의 축복장을 받은 조순희씨와 가족들이 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희망의 순례자들(Pilgrims of Hope)’의 희년
“세계에 기쁘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년(聖年) 문을 열며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한 희년의 시작을 알렸다.
교황은 대성전에서 성년 문을 개방한 후 가진 미사 강론에서 빈곤과 전쟁으로 상처 입은 세상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희년은 대사와 용서, 새로 태어남과 쇄신의 시간”이라며 “희년은 우리를 주님과의 만남이라는 기쁨으로 초대하고, 영적 쇄신의 길로 이끌며, 이 세상을 진정한 희년의 때로 변화시키는 여정에 우리 모두를 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먼저 총탄에 쓰러지는 어린이들, 학교와 병원을 무너뜨리는 폭탄 아래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생각해야 한다”며 “삶이 깊은 상처를 입은 곳에, 산산이 부서진 꿈들 사이에, 전쟁과 폭력이 휩쓸고 간 황폐한 자리에 희망을 전하자”고 당부했다.
이에 한국 교회 각 교구도 2024년 12월 29일 희년 개막 미사를 봉헌한 뒤 1년 동안 교구별 순례지를 중심으로 신자들이 전대사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순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희년 정신을 나누기 위해 다양한 신앙·교육·선교 행사를 마련하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서울대교구는 사목국, 해외선교봉사국, 사회사목국, 생명위원회 등이 1년 동안 ‘가정의 희년’ ‘선교사의 희년’ ‘임산부·태아의 희년’ ‘부부의 희년’ ‘사제의 희년’ ‘이주민의 희년’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희년의 기쁨을 나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을 연 희년은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레오 14세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닫으며 마무리된다. 각 지역 교회는 그보다 앞선 오는 12월 28일 주일에 희년 여정을 종료한다.
가톨릭교회는 희년을 ‘성년(聖年)’이라 부르며 25년마다 거행한다. 이는 1300년 보니파시오 8세 교황이 처음 선포한 뒤 1475년 바오로 2세 교황이 25년 주기로 제도화하면서 자리 잡았다.
2월 19일 서울 전진상센터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이행을 위한 전국 모임에서 옥현진 대주교가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와 수도자, 평신도 대표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시노달리타스 정신의 실천과 확산
보편 교회가 시노드 이행 단계에 대한 동반과 평가의 여정을 시작함에 따라, 한국 교회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 문서」에 담긴 지침들을 실제 사목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한국 교회는 지난 2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이행을 위한 전국 모임’을 시작으로, 4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이행을 위한 연구 세미나’와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을 잇달아 열며 실천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연 1회 열리던 본당 사제 모임은 참가 사제들의 호응에 따라 내년부터 연 2회로 확대키로 했다.
한편 한국 교회 내 신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인지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개최한 열린 세미나에서 나온 한국 가톨릭 평신도들의 정체성 인식과 시노달리타스 체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에서다. 여기서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인지도가 교회 내 역할과 신앙 활동의 정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는데, 사목위원 그룹(71.7%)은 일반 신자 그룹(45.8%)보다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시노달리타스 정신 확산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목 현장에서 실천과 적용이 여전히 더디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본당의 시노달리타스 실천과 관련해 ‘전체 신자들의 의견을 정기적으로 경청한다’는 항목이 9개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3.46점)를 기록해 교회 내 소통 부족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 개막 미사에 참여한 수도자들.
▧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6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는 「인류의 빛」 반포 60주년(2024년 11월 21일)부터 「완전한 사랑」 반포 60주년(2025년 10월 28일)까지를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로 지냈다.
한국 교회 축성생활자들은 ‘평화를 향한 길 위에 있는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1년 동안 축성생활의 사명과 본질을 새롭게 되새겼다. 묵주기도 피정, 수도자 워크숍, 평화순례, WYD와 함께하는 수도회 큰잔치,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 학술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축성생활의 은총과 영성을 공동체와 나눴다.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회장 나현오(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축성생활은 기쁨이고 그 기쁨은 몇몇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축복받은 모든 신앙인의 삶이기도 하다”며 “축성생활을 현재화하고 내면화해 더 깊이 체험하게 되면서 축성생활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9월 3일 하느님의 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시복 예비 심사 법정 개정식에 참석한 시복 재판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시성 절차도 올해 본격화됐다.
▧ 79위 시복 100주년·브뤼기에르 선종 190주년·김수환 추기경 시복 추진 본격화
2025년은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 10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였다. 우리는 한국 교회 첫 복자 79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그들의 신앙을 통해 일상의 거룩함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느님을 향한 믿음·희망·사랑의 여정을 기억하는 삶임을 다시금 성찰했다.
7월 5일 한국 순교자 79위(기해박해 70위·병오박해 9위)가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시복된 지 100주년이 되는 날로,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기념미사와 함께 「기해·병오박해 자료집」 봉정식을 거행했다. 기해박해(1839년)부터 병오박해(1846년)까지 형조와 포도청 등 정부기관 사료 위주로 구성한 자료집이다. 아울러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7월부터 두 달간 특별 기획전 ‘Anima Mundi’를 열었으며, 한국교회사연구소도 시복 100주년을 맞아 하반기(9~11월) 공개대학을 열어 주요 복자들과 시복 과정을 소개했다.
올해는 박해받던 조선 교회를 지극히 사랑해 조선 선교를 자원했던 초대 조선대목구장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주교 선종 19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에 10월 20일 브뤼기에르 주교 무덤이 있는 서울대교구 용산성당 성직자 묘역에서는 추모·현양 대미사가 거행됐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들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시성 절차도 올해 본격화됐다. 하느님의 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시복 예비 심사 법정은 9월 3일 개정됐으며, 이는 우리 시대를 살았던 ‘신앙의 증거자’에 대한 한국 교회의 첫 시복 재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국 교회 최초로 한국인에 의해 설립된 남녀 수도회가 모인 순교 복자 가족 수도회 창설자이자 영성가 방유룡(레오) 신부도 교황청 시성부로부터 시복 추진에 ‘장애없음(Nihil Obstat)’을 승인받아 하느님의 종이 됐고, 교구와 수도회 차원에서 절차 마련과 관련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사목 교구장 대리 이경상 주교와 교구 사제단, 1004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순례자들이 8월 10일 1004 프로젝트 감사 미사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 박차
2025년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를 향한 준비가 본격 궤도에 오른 해다.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는 10월 27일 ‘2027 서울 WYD 기본계획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울 WYD 홍보를 시작했다. 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WYD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이웃 종교·시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11월 23일에는 전 세계 교회가 함께 바치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공식 기도문이 발표됐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와의 검토·조율을 거쳐 확정된 기도문이다.
앞서 서울대교구 WYD 특별기획단은 봉사자 기초 양성과정을 지속적으로 운영했으며, 5월에는 ‘WYD 청소년 축제’를 개최해 청소년 신앙 문화를 확산했다. 특히 7월 28일~8월 3일에는 ‘젊은이의 희년’을 맞아 한국 교회 청년들이 바티칸 희년 WYD 행사에 참여하는 ‘1004 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서울대교구를 제외한 15개 교구는 본대회에 앞서 약 5일간 진행할 ‘교구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교구대회 준비위원회는 회의와 실무자 모임을 통해 교구 차원의 대회 준비를 위한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3월 15일 수원교구를 시작으로 4월에는 군종교구, 5월에는 대구대교구, 전주교구 등이 교구대회 발대식 혹은 조직위원회 발족식을 열었다. 교구대회는 WYD 참가자들이 각 교구에 머물며 현지 신자들과 교류하고, 고유한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으로, 교구별로 교회사 및 문화적 특색을 살리고, 지자체와 협력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준비 중이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7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10박 11일간 열리며, 전반부는 전국 15개 교구가 개최되는 교구대회로, 후반부는 서울대교구가 개최되는 본대회로 진행된다.
5월 26일 서울 한남동 꼰벤뚜알 수도원에서 열린 프라도 사제회 한국 진출 50주년 연수회에 참석한 전국 프라도회 회원들.
▧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한국 진출 100주년·한국외방선교회 설립 50주년·프라도 사제회 50주년
1925년 11월 한국에 첫발을 디딘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는 2025년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행사와 영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시 독일에서 파견된 수녀 4명은 함경도 원산에 도착해 수녀원을 세우고 한국인 수녀 양성에 힘쓰며 선교 기반을 다졌다. 북한 공산 정권의 탄압과 한국전쟁을 겪은 뒤 1951년 대구에 정착해 수도생활을 이어갔고, 1956년 대구 수녀원이 원장좌 수녀원으로 승격되면서 안정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1987년에는 서울에 새 원장좌 수녀원이 설립됐다. ‘기도하며 일하라’는 베네딕도회 전통 속에 의료·교육·본당·사회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복음적 열매를 맺어왔다.
한국 교회 첫 ‘해외 선교 전문 공동체’인 한국외방선교회는 2월 26일 명동대성당에서 설립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6~7월에는 선교 체험단을 꾸려 파푸아뉴기니·캄보디아 등 주요 선교지를 방문하며 초대 선교 정신을 되새겼다. 1975년 설립된 한국외방선교회는 1981년 파푸아뉴기니 마당대교구에 처음 선교 사제를 파견하며 해외 선교활동의 문을 열었다. 현재 사제 회원 75명과 협력 사제 4명, 평신도 선교사 2명이 8개국 12개 교구에서 복음 선포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프라도 사제회는 5월 27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한국 진출 50주년을 기념했다. 프라도회는 1860년 복자 앙투완느 슈브리에 신부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복음화하기 위해 설립한 재속 사제회다. 한국 프라도사제회는 1975년 9월 16일 서울대교구 이용유(1945~1981) 신부가 명동대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은 직후 서약하면서 시작됐다. 2015년, 한국 진출 40년 만에 자립 프라도회로 승격돼 자체적인 책임자 선출과 회원 양성이 가능해졌으며, 2023년에는 국내에서 첫 ‘프라도 양성의 해’를 보냈다. 현재 약 170명의 사제가 한국 프라도 사제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8월 18일 유경촌 주교 장례미사에서 관에 분향하고 있다.
▧ 주교 임명 및 선종
2025년 한국 교회는 여러 주교의 임명과 선종 소식을 맞으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다. 지난 2월에는 이성효 주교가 제6대 마산교구장으로 착좌해 교구의 새 출발을 알렸다. 7월에는 최광희 신부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한편 4월에는 초대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 5월 전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 8월 서울대교구 보좌 유경촌 주교가 하느님 품에 안겼다. 한국 교회 신자들은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이들의 삶과 사목적 업적을 기렸다. 오랜 세월 교회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발자취는 한국 교회의 영적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