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착성
(가톨릭평화신문)
신앙인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에 ‘점착성’(粘着性, glutinosity)이란 것이 있습니다.
점착성이란 말 그대로 어떤 일에 정신이 찰싹 달라붙은 상태입니다.
실수를 잊지 못하고 늘 기억을 하는 상태. 지나치게 책임감이 강해서 늘 일을 머릿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상태. 융통성이 적어서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믿지 못해서 자기가 다해야 하는 상태.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완벽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하여 괴로워하는 상태. 이런 상태들을 점착성이라고 합니다.
이런 점착성들은 자기 자신을 쉬게 하질 못하고, 전력 질주를 하게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사람이 기계가 아닌 한 24시간 내내 전력 질주할 수는 없는 것인데, 자기 몸에서 보내는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줄기차게 달리기만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결국엔 마음과 몸에 무리를 주게 되어서, 갑자기 과로로 쓰러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기가 걸어가는 인생길의 속도를 재고해 보아야 합니다.
얼마나 빠르게 걷고 있는지, 쉬는 시간은 가지고 있는지, 밥은 제대로 챙겨먹고 다니는지. 그래야 자신을 다그치거나 몰아붙이지 않고, 비교적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분들은 왜 이렇게 사는 것일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강박 불안입니다.
자기 안에 자기가 쉬는 꼴을 보지 못하는 아주 고약한 자아가 끊임없이 몰아대고 또 몰아붙이는 것이지요. 이분들은 아프리카의 얼룩말과 비슷합니다. 사냥꾼이 얼룩말을 몰아대면 얼룩말들은 거품을 물면서 뛰다가 죽는다고 합니다.
강박 불안.
얼핏 보면 사람을 부지런하게 보이게 하는 것인데, 껍질을 벗겨보면 자신에게 폭력적인 갑질을 일삼는 것이기에, 주의하고 경계하셔야 합니다.
글 _ 홍성남 신부 (마태오,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1987년 사제 수품. KBS 아침마당 특강 ‘화날 땐 화내고, 슬플 땐 울어야 한다’로 전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저서로 「챙기고 사세요」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새장 밖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