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정하는 현대인에게 일침…「죽음의 신비」

(가톨릭신문)

인간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죽음. 가톨릭 신비가이자 의사였던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저작 「죽음의 신비」는 죽음을 둘러싼 교회의 신앙 전체를 하나의 신학적 흐름 속에서 조망한다. 죽음을 감상적 위로나 체험담으로 다루지 않고, 인간 실존의 가장 두려운 한계이자 하느님의 섭리가 가장 깊이 드러나는 자리로 바라보는 책이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책은 죽음을 다양한 신학적 층위에서 다룬다. 구약성경의 죽음 이해(4장)에서 시작해, 죽음을 하느님의 섭리로 읽는 시선(5장), 바오로와 요한복음이 선포하는 ‘독침을 잃은 죽음’과 ‘부활이요 생명’의 의미(6, 7장), 교회와 성사 안에서 살아 있는 죽음 이해(8, 10장)로 전개된다. 이어 성인들의 죽음(9장)과 성모 마리아의 죽음(11장)에 이르기까지, 교회 전통 속에 축적된 죽음의 경험이 하나로 엮인다.


특히 병자성사를 다루는 10장은 죽음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개인적 사건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와 함께 건너가는 신앙의 사건임을 강조한다. 성인들과 성모 마리아의 죽음은 ‘죽음 안에서 하느님께 자신을 완전히 맡긴 삶’의 얼굴을 보여 주며, 죽음을 두려움만이 아닌 완성의 순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제안한다.


이번 책은 특히 현대인이 죽음을 부정하거나 관리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려는 태도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죽음을 끝으로만 이해할수록 인간은 오히려 죽음에 더 사로잡히며, 허구적 초월과 자기 신격화로 도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죽음을 통제하고자 하는 시도는 자유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불안과 공포를 더 증폭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슈파이어의 시선은 단순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죽음의 냉혹함을 끝까지 직시한 뒤, 그 자리에서 신앙인이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님’을 인정하도록 이끈다. 바로 그 인정의 순간에야 비로소 인간은 하느님께 자신을 맡길 수 있고, 죽음은 절망의 벽이 아니라 은총의 문턱으로 드러난다고 제시한다.


“라자로에게서 죽음이 극복된 사건은 주님의 부활을 미리 전망하는 입장에서도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라자로의 죽음이 주님 죽음의 예형이 된다는 점에서 부활의 위력을 앞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유의미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하실 수 있는 것, 하느님께서 뜻하신 것이 우리의 눈앞에 훤히 드러날 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바로 창조주이시며 구원하시는 분임을 분명하게 알려 주기 때문이다.”(145쪽)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