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요리하니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가톨릭평화신문)
▲ 서울 해방촌본당 요리경연대회에 참가한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기와 채소를 볶는 손길이 분주하다. 한쪽에서는 국이 끓고 있다. 문밖에는 이미 32명의 손님이 줄을 서 있다. 어느 유명식당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해방촌본당(주임 류시창 신부)의 이야기다.

14일 해방촌성당에서는 요리경연대회가 열렸다.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2010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벌써 10회째를 맞았다. 대회는 그동안 색깔이나 두부를 이용한 요리, 동생에게 만들어 주는 간식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올해는 역대 1등을 했던 요리 9개 중 4개가 선정됐다. 학생들이 요리할 메뉴는 월남쌈과 치즈감자그라탕, 오므라이스, 김치볶음밥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중고등부 학생 10명이 4개 조로 나눠 실력을 겨뤘다. 1조는 치즈감자그라탕, 2조는 김치볶음밥, 3조는 오므라이스, 4조는 월남쌈을 요리했다. 학생들은 먼저 인근 시장에서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했다. 각 조에 지급된 비용은 3만 원. 학생들은 제품과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가며 장을 봤다. 학생들의 눈빛에서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읽혔다.

본격적인 요리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됐다. 제한 시간은 1시간 30분. 조별로 10인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졌다. 학생들은 먼저 재료 손질에 들어갔다. 칼질이 능숙하지는 않지만 신중하게 고기와 채소를 썰고 다듬었다. 중간중간 조리법을 확인해가며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었다. 대회이긴 하지만 학생들은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다른 조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주어진 요리시간이 끝나고 4가지 음식이 맛깔스럽게 차려졌다.

심사는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이 맡았다. 성당 마당에서 물놀이를 끝낸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 32명이 입장했다. 물놀이로 허기가 져서일까. 초등부 학생들은 평가보다 먹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평가가 끝나고 우승팀이 발표됐다. 우승은 김치볶음밥을 요리한 2조에 돌아갔다. 김치볶음밥과 함께 곁들인 어묵탕이 물놀이 후 추위를 느꼈을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것 같다. 우승 상품으로는 요리를 할 수 있는 도구와 재료가 주어졌다.

우승을 차지한 2조의 고지민(중3, 비아)양은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만큼 성과가 나온 것 같아서 보람되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같은 조 애이미(중2, 안토니아)양도 “힘들었지만, 우승을 하니까 보람이 있다”며 “내년에도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해방촌본당은 주일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다 2010년 요리경연대회를 시작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아 지금은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이다.

주일학교 교감 염경훈(23, 요셉)씨는 “요리경연대회뿐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즐겁게 놀 수 있는 문화의 날 행사도 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주일학교를 통해 풀 수 있도록 이런 활동들을 더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