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판단력 부족일까요?

(가톨릭신문)

【질문】판단력 부족일까요?

친구들이 제게 흔한 말로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하고, 어떤 일을 처리할 때에도 엉뚱한 행동을 하곤 합니다. 그런 말을 자꾸 듣다 보니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도 자꾸 위축이 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답변】자신의 엉뚱함을 특수성으로 생각해보세요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이라고 해서,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들어진 상을 알고 계십니까? 1991년부터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해선 안 되는’ 업적에 수여되며, 매년 가을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에 하버드대학의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식을 가진다고 합니다. 이 상의 이름은 ‘불명예스러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성해 만들어졌습니다. 실제 논문으로 발표된 과학적인 업적 가운데 재밌거나 엉뚱한 점이 있는 것에 상을 준다고 합니다. 이렇게 엉뚱함으로 상을 받는 경우도 있답니다.

최근 미국의 ‘미스 버지니아 2019’ 선발대회에서 버지니아 공대에서 생화학과 시스템생물학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약학대학원생인 여성이 우승을 했다고 합니다. 그간 여러 미인대회에서 참가자 대부분은 주로 춤과 노래를 선보였는데요. 이번 우승자는 요오드화칼륨과 과산화수소가 반응해 다양한 색깔의 거품이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화학 실험을 심사위원 앞에서 시연해 보였고, 결국 그녀가 버지니아의 최고 미인에 뽑혔다고 합니다. 미인대회에서 화학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지만, 그녀가 왕관을 차지했다는 것은 다소 ‘엉뚱하다’는 것이 반드시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하는 뉴스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교수와 대니얼 사이먼스 교수의 책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는 인간에게 인지능력의 6가지 한계가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즉, 인간은 ‘주의력 착각,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과 같은 6가지 착각을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주의력 착각’은 목격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던 어떤 대상의 등장을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과 같은 ‘무주의 맹시’나, 다른 곳에 신경이 쏠려 있을 때 분명히 들을 수 있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현상과 같은 ‘무주의 난청’과 같은 일을 말합니다.

기억력도 현재 상황과 이전 상황 사이에 존재하는 변화를 보지 못하는 ‘변화 맹시’, 자신이 다른 곳에서 들었거나 본 것을 자신의 기억으로 착각하는 ‘기억 출처의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또한 ‘감정이 만드는 기억왜곡’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어떤 사건을 기억할 때 감정과 함께 기억하게 되는데 격한 감정이 섞인 사건일수록 왜곡해서 기억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인간의 판단력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답니다.

엉뚱함이 어느 정도일지에 따라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는 개인의 엉뚱함을 단순한 실수나 착각으로, 약간의 장난으로, 아니면 개인의 창의성으로 너그럽게 포용해 주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미인대회의 심사위원들처럼 말입니다.

다소 엉뚱한 발상들이 미래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단초가 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러한 엉뚱함으로 새로운 발명을 한 선례들도 많습니다. 누군가의 엉뚱함이 낯설더라도 거기에 과학적이고 논리적 사고방식이 덧입혀지게 되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창의성이 나올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미래를 바꿔 나가는 천재들은 그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엉뚱함’을 수용해 주는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조금 엉뚱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위축되기보다, 남들과는 다른 맥락에서 생각을 하는 특수성이 있을지 모르니 자신에게는 조금 더 허용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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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