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길 잃은 청소년 피난처 돼야

(가톨릭평화신문)


10대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10대 인구 자살 사망자 증가율은 2017년에 비해 22.1% 높아져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다음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인 40대(13.1%)와 30대(12.2%)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10대 인구 사망원인도 자살이 35.7%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10대 자살률 증가와 함께 전체 자살 사망자 수도 늘어났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3670명으로 2017년에 비해 1207명 증가했다. 2013년 28.5명부터 2017년 24.3명까지 5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던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지난해 26.6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로 반전됐다. 또 우리나라 연령화표준자살률(나라별 연령 구조의 영향을 제거해 자살 사망자를 집계한 통계)은 2018년 24.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5명의 2배를 초과했다. 이 같은 자살률 증가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가운데 2위였던 자살률이 올해 다시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급격한 10대 청소년 자살률 상승 배경으로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심리효과)를 지목했다. 지난해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 보도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7월까지 전체 자살률이 평균보다 8% 안팎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10대 자살률 상승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사회ㆍ경제적 구조와 관계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0대들이 느끼는 학업 부담과 스트레스는 그대로이나 이를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미래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미래에 대한 절망이 청소년들을 최악의 선택으로 내몬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이하 자살예방법)을 제정하는 등 자살 문제에 법적ㆍ제도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올해 7월에는 자살예방법을 개정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긴급구조기관의 자살위험자 구조에 협조할 의무를 부여하고 온라인에 자살방법 등 자살유발정보를 게시하면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했다. 자살 시도자에 대한 빠른 대응과 효율적인 구조를 강조한 조치다.

그러나 자살률이 다시 반등하는 등 효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전문가들은 자살 문제 대응 예산과 인력 부족, 자살 문제에 대한 국가적 ‘컨트롤 타워’ 부재 등을 문제로 제시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살 예방에 나서고 있는 미국과 일본이 각각 ‘약물남용ㆍ정신건강청’ (SAMHSA), ‘자살종합대책회의’를 국가에서 운영하며 자살 문제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에서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가 모든 정책을 담당하지만, 총인원은 11명에 불과하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이 사전 예방보다는 구조 등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국 교회도 자살예방에 초점을 맞춰 자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센터장 이정민 신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과 캠페인, 자살 위험에 노출된 자살 유가족들을 위한 피정 등을 실시하며 자살 사전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청소년 전문 상담시설인 햇살사목센터(소장 조재연 신부)에서는 대면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을 위해 이메일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는 ‘고길동 청소년 상담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 신부는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고민을 털어놓을 안전지대가 있음을 인지시키는 것이 자살 예방의 첫걸음”이라며 “교회가 사회와 가정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열려있음을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이들의 피난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