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가 북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 부설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들은 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15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평화를 향한 여정’을 주제로 개최한 ‘2024 한반도평화나눔포럼’ 제2세션 중 ‘가톨릭 언론을 통해 살펴본 교회의 인식’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임강택(마르티노) 평화나눔연구소 부소장 등 연구위원 4명은 한반도 갈등 상황에서의 교회 인식을 살피고자 수개월간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2000~2024년 교계 언론인 ‘가톨릭평화신문’과 ‘가톨릭신문’이 ‘북한’과 관련해 보도한 전체 기사 중 50개 주제를 추출해 ‘잠재 디리클레 할당(Latent Dirichlet allocation, LDA)’ 분석을 수행했다. LDA는 주어진 각 문서에 어떤 주제들이 존재하는지 서술하는 확률적 토픽 모델 기법 중 하나다.
관찰·판단·실천이라는 대분류로 나눈 LDA 분석 결과, 두 교계 언론은 북한 관련 보도에서 이뤄진 관찰 영역 중 ‘국내외 정치 사회 상황’에 가장 크게 반응하고 있으며, 판단 영역에서는 교회 가르침 등 ‘신앙적 접근’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이슬(세라피나)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교회가 북한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정치적 상황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은 한반도 평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정치적 영역임을 보여주며, 이는 당연한 현상이라 판단된다”면서도 “북한 사회의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일반 주민들의 삶에 대해 보다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교회 목소리를 주기적으로 발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날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사제들의 인식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사제들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비율은 약 82%로, 43%를 기록한 일반 국민이나 천주교 신자(49%) 답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만 한국 교회 5700여 명에 이르는 사제 중 460명만 참여해 응답률이 8%에 불과하고, 교구별 편차도 커 전체의 의견 반영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제1세션에서는 독일 평신도 평화 신학자 게르하르트 유스텐호번 박사가 독일 통일의 전제조건으로서 ‘화해’의 가치를 설명하며 가톨릭교회의 역할을 고찰했다. 유스텐호번 박사는 “독일과 인접국들 사이의 화해는 오늘날 27개 유럽 국가들의 정치 연합을 위한 필수 요소였다”며 “교회는 모든 수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래된 분노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며 “신앙인들은 사회에 끊임없이 이를 상기시키고 새로운 화해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기(강원대 평화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화해’를 신학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더 비판적으로 성찰해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가톨릭국제구호단체 산에지디오 공동체 마르코 프란치오니씨는 △분쟁의 조정 △사회 내 평화의 문화 촉진 △아시시 정신과 종교 간 대화 등 평화를 위해 노력한 산에지디오의 역할을 전했다.
제3세션에서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북향민 정착 돕기 위한 멘토·멘티 그룹 ‘띠앗머리’ 청년 평화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