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신문)

서울대교구는 1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기억하다, 빛과 소금이 된 이들’ 다섯 번째 미사로 ‘장영희 교수(마리아, 1952~2009) 기림 미사’를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장영희 교수의 막냇동생 장순복(도로테아) 교수를 비롯한 유족과 장영희장학회 장학금 수령자, 제자와 동료 교수 등 60여 명이 함께했다.

영문학 권위자였던 고 장왕록(토마스) 박사의 딸인 장영희 교수는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로 1급 장애인이 됐지만, 불굴의 의지로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로, 수필가로서 왕성히 활동한 인물이다.

장 교수는 암 투병 중에도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나는 믿는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비롯해 영시 해설집 「생일」 「축복」 「다시 봄」 등 문학 에세이를 통해 세상에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장 교수에게 장애는 그저 주어진 삶일 뿐이었다”며 “남들보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느릴 뿐 누구보다 더 당당하고 기쁘게 살았고, 맡겨진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다”고 기렸다.

정 대주교는 “영문학자로서 장 교수의 업적, 소아마비와 암 투병 속에서 신앙인으로 살았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주어진 삶에서 선함을 잃지 않고 살아갔던 평범함, 또 만나는 이에게도 항상 웃으면서 기쁨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삶이 절대 보잘 것 없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준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미소와 선행으로 복음을 증거하고 한 사람을 어둠에서 빛으로 이끌 수 있는 위대함이 우리 삶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덧붙였다.

정 대주교는 “장 교수의 삶을 기리면서 내년 희년을 맞아 새롭게 첫 마음으로 돌아서고자 다짐하며 우리 삶이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말이 될 수 있길, 만나는 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선물이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장순복 교수는 “언니는 항상 자신이 천혜(天惠)를 받은 삶을 산다고 했고, 가족에게서 받은 사랑을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사랑으로 돌려줬다”며 “언니는 글과 삶이 일치했고,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 사랑을 보여줬다”고 추억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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