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신앙으로 만난 조선과 일본 순교자

(가톨릭평화신문)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가 15일 일본 성 필립보성당에서 조선인 복자 카이요와 일본인 순교자 고이치 디에고의 순교 400주년 기념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 제공

일본 나가사키대교구와 대구대교구는 15일 일본 나가사키 성 필립보성당(26위 성인 기념 성당)에서 조선인 복자 카이요와 일본인 순교자 고이치 디에고 순교 40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가 주례했으며, 한국여기회(이사장 박영일 신부) 회원들이 함께했다.

나가사키대교구장 나카무라 미치아키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두 순교자를 기리고, 두 순교자와 함께 우리도 손을 맞잡고 하나 되어 사랑하고 용서하며, 하나 되어 받아들이고, 하나 되어 기도하고, 하나가 되어 복음을 모든 이에게 전하자”고 말했다. 미사 후에는 26성인 기념관 내에 있는 기념비 앞에서 헌화 예식이 거행됐다.

자매결연을 한 두 교구는 투옥 중 함께 신앙을 나눴던 두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2016년 3월 현양비를 세웠다.

조선인 복자 카이요와 일본인 순교자 고이치 디에고의 인연은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자 카이요는 조선에서 승려로 은둔생활을 하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예수회 선교사 모레혼 신부에게 세례를 받았다. 예수회 입회를 원했지만 1614년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의 금교령으로 박해를 받다가 투옥됐다. 카이요는 감옥에서 선교사를 집에 숨겨줬다가 체포된 디에고 고이치를 만났다. 두 사람은 감옥에서 신앙을 나누다 1624년 11월 15일 함께 화형당했다. 카이요는 1876년 일본 205위 복자와 함께 시복됐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