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주교단, 선교 사제 통한 지속적 교류 희망

(가톨릭평화신문)
한일 주교들이 14일 한국레지오마리애 기념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주교회의 미디어부 제공

한국과 일본 주교 39명이 12~14일 전라남도 목포 한국레지오마리애 기념관에 모여 ‘2027년 세계청년대회’와 ‘한일 사제 교류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제26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을 갖고, 선교 사제를 통한 교류가 계속되기를 희망했다. 한일 주교들은 공식 일정에 앞서 12일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이 묻힌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한일 주교들은 시라하마 미쓰루(히로시마교구장) 주교와 나카노 히로아키(가고시마교구장) 주교의 발표를 들으며 그동안 50명의 한국의 사제들이 일본에 파견된 것은 양국 주교들의 이해와 공감대가 잘 형성됐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2009년 일본에 파견된 광주대교구 송형근(우수영본당 주임) 신부는 “한일 신학생들의 교류가 이뤄지는 과정을 통해 각국에서 오랜 시간 사목활동을 할 수 있는 사제가 나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일본 신학생들도 한국 신학교에 파견돼 양성을 받고 사제 생활을 하는 교류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신부는 2년간 일본어와 일본 역사·문화를 공부한 후 2012년 일본 신학교에 편입, 사제품을 받고 6년 동안 일본에서 사목한 후 2021년 돌아왔다.

2004년부터 13년 동안 일본 히로시마교구에서 선교사로 살다 온 부산교구 김기영(몰운대본당 주임) 신부는 “히로시마 교구는 1945년 원폭 투하로 그 어떤 곳보다 평화에 대한 염원이 강한 곳”이라며 “평화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원폭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전쟁의 상처가 아직 남아있음을 뼈저리게 체험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픔에 공감하면서 치유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나아갈 때 참된 평화도 찾아오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부산교구와 자매결연을 한 히로시마교구의 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는 “2001년 8월 당시 부산교구 정명조 주교가 히로시마교구를 방문, 사제 고령화와 성소 부족을 고려해 부산교구에서 사제와 신학생을 파견하는 것을 제안했다”며 “지금까지 부산교구에서 22년간 총 12명의 사제가 일본에 파견됐다”고 발표했다.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는 “젊은 사제들이 늘어나며 교회에 활력이 느껴지고, 한국 교회의 정보와 체험을 공유하며 일본 선교 사목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사제들끼리 모여 지내는 경우가 많아 일본 사제와의 교류가 다소 적다”고 털어놨다.

한일 주교들은 공식 일정에 앞서 12일 광주대교구 호남동성당에서 전임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주례로 미사를 거행했다. 강 주교는 강론에서 “귀중한 시간과 경비를 들여 모이는 이 소중한 만남을 가볍고 부담 없는 자리로 머물게 하기보다는 한일 양국의 백성이 짊어지고 살아온 양심적·윤리적·경제적·사회적·역사적 십자가의 여정에 얼마나 진지하게 경청과 공감, 연대와 참여를 모색하고 실천해왔는지 성찰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한일 주교들은 13일 산정동성당에서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하고, 마지막 날인 14일 전체 모임 및 그룹토의와 회의로 모임을 마무리했다. 앞서 12일에는 양주열(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역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신부가 2027년 세계청년대회의 개요와 준비 현황을 설명하며 일본 교회에 관심을 요청했다.
 
제26회 한일주교교류모임에 참석한 한일 주교들이 광주대교구 산정동성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교회의 미디어부 제공

모임에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를 포함해 한국에서는 25명의 주교가, 일본에서는 일본 주교회의 부의장 우메무라 마사히로 주교 등 14명이 참석했다. 일본 주교회의 의장 기쿠치 이사오(도쿄대교구장) 추기경 임명자는 코로나19 감염으로 불참해 영상으로 인사를 전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