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자립 돕는 ‘착한이웃 대기실’

(가톨릭평화신문)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서울 남대문시장준본당 주임 이정훈 신부가 2일 서울 남대문시장 꽃시장 옥상에 마련된 착한이웃 대기실 축복식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남대문시장준본당(주임 이정훈 신부) ‘착한이웃 대기실’ 축복식이 2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거행됐다.

남대문시장준본당이 꽃시장 옥상에 마련한 대기실은 말 그대로 노숙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배달·청소일을 하기 위해 꽃시장을 찾는 이들을 위한 곳이다. 본당이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 ‘우리물터’의 자활 프로그램인 ‘착한이웃’ 활동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대기실에는 아담한 소파와 전화기를 마련해 이들이 주문을 받는 즉시 일하러 갈 수 있도록 했다. 자립을 꿈꾸는 노숙인들을 배려해 이들이 사회에 재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일 서울 남대문시장 꽃시장 옥상에서 거행된 착한이웃 대기실 축복식에서 성수를 뿌리고 있다.

정 대주교는 축복식에 앞서 거행한 미사 강론을 통해 “가장 어려운 형제들을 배려하는 남대문시장 공동체의 활동은 ‘가장 미소한 형제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며 희년 중에 ‘착한이웃 대기실’을 열게 된 것을 기뻐했다.

정 대주교는 “경제 사정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 어려운 형제와 이웃을 챙기는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며 “앞으로도 성령께 받은 은사와 주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직무를 통해 아버지 하느님을 본받아 함께 선한 일을 계속해 가자”고 격려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일 서울 남대문시장 성당에서 봉헌한 미사에서 교구 사제단과 함께 신자들을 축복하고 있다.

노숙인들을 돕는 신자들 역시 대기실 마련을 함께 기뻐했다. 착한이웃 총무로 프로그램 실무를 맡고 있는 강효영(프란치스코)씨는 “전에는 일을 기다릴 만한 공간이 없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노숙인들의 불편함이 컸다”며 “기다리다 주문이 들어오면 차례로 일하는 순번제를 시행해 일부에게만 일이 몰리는 현상도 방지해 더욱 많은 이가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착한이웃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졸업’하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유청(바오로)씨는 대기실을 통해 더 많은 이가 사회인으로 성장하길 기도했다. 유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공간이 생겨 무척 기쁘다”며 “더 많은 형제가 재활에 참여하고, 열심히 일해 모두가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지역 사회의 공동체 사랑 나눔을 위해 남대문시장준본당이 운영하는 ‘우리물터’는 5월 설립 25주년을 맞는다. 물터는 2000년 당시 주임 이성원 신부가 노숙인을 비롯한 사회의 그늘에 있는 이들에게 목욕과 빨래를 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이후 물터에서는 노숙인들에게 식사·의류 제공·이발 등을 지원하는 공간이 됐고 2018년부터는 노숙인 재활 프로그램 ‘착한이웃’을 통해 자립을 돕고 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