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희년 순례를 위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을 찾은 한 순례자가 대성전 성년문에 조각된 십자가상에 손을 댄 채 기도하고 있다. OSV
전국 교구장 주교들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메시지를 발표하고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기쁨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또 정치적 어려움과 혼란의 시기에 믿음과 희망으로 함께 극복해나가자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우리가 확신하는 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시련 속의 우리 곁에 신비로이 현존하신다는 믿음과 희망”이라고 역설했다.
정 대주교는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를 주제로 발표한 부활 메시지에서 “최근 계엄 선포로 시작된 혼돈과 정치적 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통합보다는 정파적 갈등과 상호 비난이 계속되며 분열의 고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단순히 정치적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우리가 희망을 품고 확신 속에 연대한다면, 이 난관 또한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부활 담화를 통해 계엄과 탄핵,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의 아픔과 상처의 시간에서 “하느님의 구원 방식을 배우고 익히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더욱 견고히 만들어 가자”고 촉구했다.
조 대주교는 “십자가는 고되고 힘들고 아픈 길이지만 그 길을 통해 영원한 생명의 기쁨을 끝내 이루어낸 하느님의 구원 방식이었다”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으로 상대를 미워하고 단죄하는 것은 부활을 사는 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활을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제 몸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살아내는 인고의 삶을 사는 것이기도 하다”며 “십자가는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을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과 이어놓는 유일한 길이고 모범이었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도 “사순 시기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도,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이렇게 크게 다가왔던 적이 있었나 싶다”며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이 그저 쉽게 얻어졌던 게 아니었음을 절감하는 오늘”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사는 늘 기득권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들의 희생으로 이뤄짐을 다시금 느낀다”며 “십자가를 짊어지신 주님의 희생처럼 이 나라의 아픔을 기꺼이 짊어지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에게 희망을 선물해주는 ‘부활의 산 증인’들이 됐다”고 말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부활 메시지에서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기도와 실천으로 부활의 기쁨을 살아가는 희망의 순례자가 돼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순 시기를 마치고 부활의 기쁨에 머무르는 신앙인은 주님께 희망을 둔 ‘희망의 순례자’로서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신앙을 증거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라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앞서 열리는 수원 교구대회의 영성운동에도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전교구장 김종수 주교는 “화해는 죽은 관계를 다시 살리는 부활의 기쁨”이라며 “복음이 가르치는 화해는 무엇보다 이웃 형제들의 잘못을 용서하고 형제애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모두 하느님을 닮게 창조된 존재이기에 주님께서 보여주신 자비와 화해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 “우리 모두 주님의 말씀을 듣고 화해의 진리를 배우며 살아가는 진실한 신앙인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무엇이 서로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식별도 없이 선동되는 사회 분위기와 편견과 아집으로 둘러싸여 상대를 심판하려는 인간관계의 피폐는 모든 이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어려움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부활을 체험한 이로서 불신과 의심을 벗어버리고 믿음의 사회를 건설하는 신앙인이 되자”고 당부했다.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는 “주님의 부활은 우리 신앙의 핵심이고 새로운 창조이며 우리의 희망”이라며 “주님이 몸소 죽음을 건너 부활하셨고 이는 장차 우리도 부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의정부교구장 손희송 주교는 “지금 우리 사회의 상황을 보면 어느 때보다도 주님의 평화를 간청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새 사람이 됐다. 주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 역시 새 사람이 돼야 하고, 세상의 변화는 나에게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는 “국내외 여러 가지 어려움 가운데, 이번 주님 부활 대축일은 다른 해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며 “특별히 희년인 올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부활을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고 기뻐하자”고 전했다.
청주교구장 김종강 주교는 “‘빈 무덤’만이 남겨진 것 같은 절망과 허무의 이 세상을 살면서도 희망과 사랑의 표징인 부활을 살아가는 자들이 되길 바란다”며 “하느님을 믿는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고 인내함으로써, 부활하신 주님의 구원과 영광을 온 세상에 전하며 새롭게 살아가자”고 강조했다.
마산교구장 이성효 주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모든 믿는 이에게 은총과 구원의 길을 열어주는 주님의 승리”라며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깨닫게 한다”고 전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오늘날 우리는 전쟁·불의·빈곤·절망 그리고 얼마 전 우리나라를 덮친 산불 재난 등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주님의 부활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주며,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전했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도 ‘두려워하지 마라’란 제목의 부활 메시지를 통해 “‘온갖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면서 “이번 위헌·위법적인 12·3 비상계엄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 환난에 억눌리지 않고 참된 자유와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 사람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전쟁과 지진 및 산불 피해로 고통받는 이들, 끝없이 이어지는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 고향을 떠나 살아야만 하는 이주민들이 평화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우리 교회는 그들을 치유하는 평화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는 “희망은 우리에게 기적과 같은 충만함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불투명한 미래에서 오는 두려움, 가정의 불화나 경제적 어려움, 우리 사회와 나라의 분열, 세상의 폭력과 전쟁으로 인한 좌절과 파괴 등 모든 부정적 현실 앞에 우리는 기도하며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