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용 음성 일회용 비밀번호 발생기(OTP)가 도입되는 등 금융당국이 장애인의 금융 접근성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은행회관에서 ‘장애인 금융 접근성 제고 간담회’를 개최해 ‘시각장애인용 음성 일회용 비밀번호 발생기’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연회에서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연구원이 시각장애인용 음성 OTP를 이용한 은행 거래를 선보였다. 시연에 사용된 음성 비밀번호 발생기는 실사용자들의 건의를 반영해 배터리 교체 기능, 음량 조절 및 전원버튼 등을 추가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김 연구원은 안내에 따라 능숙하게 거래를 마쳤다. 김 연구원은 “주요 불편사항이 해소됨으로써 실물 음성 OTP를 활용하는 장애인들 특히 고령 장애인의 금융거래가 보다 편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시연에서 성공적으로 거래가 이뤄짐에 따라 시각장애인용 음성 일회용 비밀번호 발생기(OTP)를 오는 6월부터 은행별로 배포할 계획이다.
또 이날 간담회에서는 장애인 단체로부터 제기돼왔던 개선 사항을 반영해 △장애인 금융거래 불편 해소 △장애인 전용 상품 및 서비스 활성화 △장애인 금융피해방지를 위한 세부 과제 등 장애인의 금융거래를 쉽게 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개선 방안이 발표됐다.
먼저 시각장애인 금융소비자가 요청할 경우 모든 은행에서 점자 서류 또는 음성 변환된 형태로 계약서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금투·보험 등 다른 업권에서도 최소한 텍스트 파일 형태로 상품설명서 및 약관 등을 제공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이 직접 음성변환 프로그램을 활용해 금융계약의 내용을 편리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매뉴얼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청각장애인이 은행 영업점에서 각종 계약을 체결할 때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텍스트 상담 서비스도 전 은행권에서 제공하도록 개선하고, 장애인 응대 매뉴얼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지침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매뉴얼상 장애유형 세분화와 상황별 응대 요령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장애인 금융소비자 대상 우대상품과 서비스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수료가 비싼 오프라인 또는 ARS 주식거래에 대한 이용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일부 증권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수수료 우대 서비스를 보다 많은 증권사로 확산시키고, 서비스를 제공 중인 증권사들도 혜택을 받는 금융소비자 수 확대를 위해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일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경우보다 높은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애인 전용보험 전환 제도”를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장애인 복지관 및 장애인 단체 등을 통해 안내하고, 활용이 저조했던 장애인 연금보험 등 장애인 전용상품 개선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장애인 자녀의 안정적인 재산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신탁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 것을 안내하고 성년후견인의 업무 지원을 위한 후견지원신탁 활성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당국은 발달장애인 등이 대출 사기와 같은 범죄피해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고, 장애인 대상 금융교육을 강화하여 주체적이고 안전한 금융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 여신거래 및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의 적극적인 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추진하는 한편, 가족에 한정하여 위임대리인도 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 안내와 교육도 강화한다. 눈높이에 맞춘 대출상품 안내서를 3분기까지 마련하고 은행 창구 직원도 이를 활용해 상담할 수 있도록 업권별 장애인 응대 매뉴얼에도 관련 내용을 반영한다. 금융 교육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 접근성을 제고하는 한편, 발달장애인 강의 시연 동영상 제작, 특화 금융교육 콘텐츠 개발 등 전문강사·특수교사 지원 노력도 함께 추진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의 포용성 강화는 지속가능한 금융혁신·안정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정부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층, 청년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부터 장애인 단체 등 유관기관 및 금융업권별 협회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추가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이번 방안 추진 과제 및 추가발굴 과제 진행 현황·실적 점검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비롯해 은행·보험·여신·저축은행 등 업계와 전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 등 장애인 단체가 참석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