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의 모범 보인 ‘장애인의 희년 미사’

(가톨릭평화신문)
서울대교구 장애인의 희년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이 수어로 기도를 하고 있다.


희년을 맞아 서울대교구에서 모든 장애인 신자가 함께하는 합동 미사가 봉헌됐다. 청소년 주일인 5월 25일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장애인의 희년’ 미사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주관한 미사에는 약 900명이 참여했다. 교구 청각·시각장애인 본당인 에파타본당과 성라파엘사랑결본당과 17개(서울대교구 15개·의정부교구 2개) 본당 장애인 주일학교 학생 등이다. 이들 주일학교는 교구 청소년국 장애인신앙교육부 소속이다.

장애인 신자들은 이날 미사에서 직접 전례 봉사도 하면서 교회 안에서 진정 ‘하나 됨’을 체험했다. 시각장애인 봉사자는 점자 성경을 이용해 제1·2독서를 읽었다. 장애인 주일학교 학생인 발달장애인 신자들은 복사와 보편지향기도·예물 봉헌을 능숙하게 해냈다. 수어 통역사가 동참한 덕에 청각장애인 신자도 미사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수어 통역사를 따라 성가도 ‘손으로’ 열심히 따라불렀다. 충직한 안내견도 미사 내내 주인 곁을 지켰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피조물인 우리 모두를 평등하게 사랑하신다”며 “우리는 교회를 환대의 장소로 만들어 모두를 환영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도록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열린 본당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단순히 장애인 편의 시설을 만드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면서 “장애인을 포용하기 위해선 모든 신체·사회·문화·종교적 장벽을 제거해 그들이 재능을 계발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삶이 고통 중에 있지만, 그 고통이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십자가 곁에서 그분과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성체 분배를 하는 동안 시각장애인 신자들에게 “계단을 조심하라”고 배려하기도 했다.

이날 명동대성당 일대에서는 신자들이 각자 소망을 적는 희망나무와 에파타본당과 성라파엘사랑결본당·발달장애인 주일학교 등을 소개하는 전시물도 마련됐다.

미사에서 보편지향기도 봉사를 한 황윤현(라파엘, 오류동본당 무지개 주일학교)씨는 “오늘 주교님하고 같이 미사를 드려 정말 재밌고 즐거웠다”며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밝혔다. 정현순(마리아, 에파타본당)씨는 수어로 “미사 내내 가슴이 무척 벅차고 뭉클했다. 복 받은 기분”이라며 “성가를 손으로 함께 부를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했다. 박경희(안젤라, 성라파엘사랑결본당)씨도 “감동적이었다”며 “주교님의 좋은 말씀을 잘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