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시노드, 어디까지 왔나?

(가톨릭신문)

“한 번씩 재미있는 미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모임 공간이 협소하니 건물 임대나 매입할 방법을 함께 찾아보면 어떨까요?”


지난 2022년과 2023년 수원교구 제1대리구 상현동본당과 제2대리구 분당구미동본당에서 각각 열린 시노드 모임. 매주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찾는 성당이지만 나의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신자들은 본당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갔다. 사소한 제안이건 굵직한 사목 안건이건 상관없이 의견을 내고 듣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신자들은 하느님 백성으로 함께 걸어가는 여정, 시노드를 체험했다.


일찍이 교구는 시노드를 통해 새 복음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1999년 7월 17일 제1차 수원교구 시노드를 개막한 교구는 본당·단체별로 시노드를 열고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의제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신자 수 증가와는 반대로 영세율과 주일미사 참여율이 하락하자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신앙생활의 기쁨을 찾을 방안을 마련코자 했기 때문이다. 


제1차 수원교구 시노드에서 본당과 지구별, 성직자·전교 수녀 시노드를 경험한 교구는 2021년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에서도 교구, 대리구, 본당 단위로 활발하게 시노드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활발하게 시노드 모임을 열었던 본당들은 주임신부가 바뀌거나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면서 지속적인 모임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시노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교구 복음화국에서는 2024년 ‘경청, 식별, 그리고 동행’을 주제로 네 차례 신앙강좌를 열었고, 올해도 ‘희망의 순례자-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강의를 계획하고 있으나 본당으로 시노드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사제들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교구 복음화국장 김태완(바오로) 신부의 설명이다. 


김 신부는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사목 현장에서 반영되고 의사 결정 과정에 함께할 수 있도록 기존에 의사 결정에 많은 부분을 좌우했던 사제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시노드가 본당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시노드팀을 만들어 사제와 평신도 지도자, 교구와 본당 봉사자들의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노달리타스 구현의 강력한 도구인 ‘성령 안에서 대화’가 확산되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교구 직암선교후원회는 김동원(비오) 지도신부의 권유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여섯 차례 진행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제1회기에서 자료로 제안된 ‘성령 안에서 대화’는 성령께서 내가 무엇을 말하기를 원하는지 듣고, 그것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참석자들과 나누면서 이뤄지는 대화다. 생각나는 대로 입장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 침묵과 기도 안에서 성령을 만나고 경청한 뒤 의견을 내놓는 것이다. 


김동원 신부는 “아시아 선교를 위해서 필요한 요소가 시노달리타스 즉 친교, 참여, 사명이기 때문에 직암선교후원회 안에서 시노드를 구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성령 안에서 대화를 시작했다”며 “묵상과 기도, 경청을 통해 깊이 있게 생각해서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성령의 이끄심을 식별하고 공동체가 함께 나가는 데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노드, 성령 등 단어가 어렵게 다가올 뿐 각자의 소공동체 안에서 시간을 내서 함께 성령 안에서 대화를 해본다면 성령이 우리와 함께하심을 느끼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