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C ‘희망의 대순례’ 폐막…“새 복음화 향한 희망의 증인 되자”

(가톨릭신문)

 

아시아교회가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함께 걷기’를 천명했다. 

 

 

‘아시아의 사람들로서 함께 길을 걸어가며… 그들은 다른 길로 돌아갔다’(마태 2,12 참조)를 주제로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희망의 대순례(The Great Pilgrimage of Hope)’가 아시아 곳곳의 현실에서 예수의 이야기를 새롭게 전하며 희망의 증인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담고 11월 30일 폐막했다.

 

 

32개국에서 모인 약 1000명의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은 아시아 대륙이 직면한 도전과 복음화의 과제를 함께 성찰하고, 앞으로의 여정을 ‘희망’이라는 언어로 다시 정리했다. 대표들은 난민·이주노동, 청년 세대의 상실감, 생태 위기, 종교 갈등, 여성의 삶 등 아시아의 현실을 공유하며 ‘아시아에서 예수의 현존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를 논의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중의 삶에서 출발하는 신앙, 지역 문화 안에 뿌리내린 전례와 영성, 평신도와 청년의 참여, 아시아교회의 상호 연대라는 주요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폐막 예식에서 각국 대표단이 주교들로부터 안수와 함께 받은 작은 십자가는 각자가 현실 안에서 다시 선교적 삶을 이어갈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모임은 2006년 치앙마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선교대회 이후 약 20년 만에 마련된 대륙 규모의 행사로, 「아시아 교회」 발표 25주년, FABC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방콕문서(2022)의 ‘선교적 제자’ 요청 그리고 2025년 희년이라는 흐름 속에서 아시아교회가 걸어온 여정을 성찰하고 방향을 재정립하는 자리였다.

 

 

폐막미사를 앞두고 ‘가거라(Go, Forth)’ 주제로 진행된 마지막 대화에서 FABC 전 의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 등 주요 인사들은 2033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2000주년을 아시아교회가 함께 바라볼 중요한 전환점으로 제시했다. 

 

 

FABC 부의장 파블로 비르질리오 데이비드 추기경(필리핀 칼로오칸교구장)은 “2033년은 단순한 기념을 넘어 지금도 아시아의 길 위에서 우리와 함께 걸으시는 부활하신 주님을 인식하도록 초대하는 파스카적 관점”이라며 “앞으로 아시아의 선교는 소리치거나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관계적이고 존중하는 가운데 관상적인 모습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폐막미사를 주례한 FABC 의장 필립 네리 페라오 추기경(인도 고아·다만대교구장)은 동방박사들이 ‘다른 길로 자기 나라로 돌아간 것’(마태 2,12 참조)을 언급하며, “페낭에서의 이 나날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선교의 길에 다시 서도록 이끈 만큼, 이제 여러분도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길’로 돌아가자”고 당부했다. 또 전쟁과 이주, 가난과 박해, 분열과 생태 위기 등 아시아의 현실을 언급하며, “주님의 빛 안에서 걸으며, 평화를 세우고, 연대와 봉사의 길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희망의 대순례에는 특별히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부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일정을 함께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아시아의 민족으로 함께 여정을 걸어가기’ 주제 기조연설 등을 통해 삼천년기를 향한 아시아교회의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교회에서는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위원장 장신호 주교(요한 보스코·대구대교구)를 대표 주교로, 정신철 주교(요한 세례자·인천교구장), 손삼석 주교(요셉·부산교구장), 문창우 주교(비오·제주교구장), 김주영 주교(시몬·춘천교구장), 서상범 주교(티토·군종교구장), 김종강 주교(시몬·청주교구장)와 수도자, 평신도 등 27명이 참석했다.

 

 

이번 대회는 말레이시아 페낭교구가 주최하고 FABC 복음화위원회가 주관했다. 교황청 전교 기구의 지원과 함께 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 주교회의가 협력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