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에세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가톨릭신문)

새벽미사가 끝나고 본당 신부님과 얘기하다 보니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6시부터 시작된 이른 일정이었지만, 저는 바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목표는 중고등부 시절 알았던 학사님이 보좌신부님으로 계신 동판교본당 오전 9시 미사였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찾아가 미사가 끝나고 인사를 드렸음에도 반가워하시며 사제관으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사제관에서는 점심을 먹으며, 제 성지순례 계획에 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신부님, 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무 데서나 잘 겁니다!”


신부님은 이미 반쯤 맛이 간 제 눈빛을 보고 ‘거지 계획’을 차마 막지는 못하셨던 거 같습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외투와 활력 보조제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용돈을 주시며 저를 물가에 내놓으셨습니다. 그런 신부님께 걱정하지 말라며 호기롭게 성당을 나왔습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신부님을 만나고 나니, 자연스럽게 그때 그 시절의 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모지만, 그 안에 든 것들은 근본적으로 다르단 걸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순박한 웃음이 있었고, 세상 그 어떤 것도 걱정하지 않는 천진난만함이 있었습니다. 저를 둘러싼 세상 모든 것을 사랑했고, 사랑 속에 믿음이 있었습니다. 넘어져도 새살이 돋아날 거라는 믿음 덕분에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패기가 있었습니다.


분명히 그 모든 게 제 것이었던 거 같은데, 성인이 된 이후로 조금씩 잃기 시작했고 지금의 제겐 없는 것들입니다. 기쁜 와중에도 소리 없이 웃게 되었고, 계산적으로 변했습니다. 걱정이 없어야 할 순간에도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는 미래를 걱정했습니다. 수차례 넘어져 보았지만 일어나지 못한 일부의 기억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를 둘러싼 세상 어떤 것은 두려웠고, 믿음에 기반한 패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두근대는 심장으로 저는 페달을 밟고 있었습니다. 또다시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지만, 그걸 잊게 해주는 압도적 희망이 제게 있었습니다. 그런 압도적 희망이 우연처럼 보이는 반가운 사람과의 만남에서, 또 어쩌면, 제 신앙생활에서 피어났다는 점이 경이로웠습니다.



글 _ 조각희 프란치스코(수원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