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보낸 누렁이 ‘쵸코’가 100㎞ 달려 돌아왔어요”

(가톨릭평화신문)
▲ 수도원의 마스코트 쵸코가 여운암 신부(가운데)와 수도자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



마리아의아들수도회 한국 본원 수원수도원 피정의 집 뒤편. 성모상이 보이는 자리에 늠름하게 생긴 누렁이 한 마리가 묶여 있다. 진돗개와 풍산개의 혼혈로 올해 4살 된 개 ‘쵸코’는 지난여름 100㎞가 넘는 거리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수원수도원 여운암 신부는 “수도원에서 개 3마리를 키웠는데 자꾸 짖어 피정에 방해가 되고, 개들을 키우던 곳 뒤편에 건물을 신축해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내야 했다”며 “한 수사님이 토요일 오후에 개들을 차에 싣고 예산에 있는 부모님 댁에 데려다 주고 왔다”고 말했다. 수도자들은 오랜 정이 든 개들을 보내고 적적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우리와 인연은 여기까지다”라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월요일이 되고 수도원 마당에서 “쵸코가 돌아왔다”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 신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생각에 밖으로 나가봤다. 쵸코는 수도원 문 앞에서 숨을 헐떡이며 앉아 있었다.

여 신부는 “쵸코에게 다가가니 반갑다고 일어서 꼬리를 흔드는데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다시 주저앉았다”며 “발이 퉁퉁 붓고 몸도 삐쩍 말라 안쓰러운 마음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수사들은 먼 길 달려온 쵸코를 위해 닭백숙을 끓이고 생선 등을 푹 고아 먹이며 위로했다.

어떻게 길을 찾아왔는지 추측이 난무했다. “방송국 등에 제보해서 개가 올법한 경로의 CCTV를 확인해보자” “GPS를 달고 다시 예산으로 데려다 주자”는 농담이 오갔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 수도회는 쵸코가 대견해 함께 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실 수도원에서 키우는 개 3마리 중 쵸코는 인기가 없는 개였다. 한 마리는 예쁘게 생겨 사람들 귀여움을 차지하고, 다른 한 마리는 늠름하게 생겨 이목을 끌었다. 쵸코는 말 그대로 ‘넘버 3’였다. 인기 꼴찌였던 쵸코는 이제 수도원 식구는 물론 수도원을 찾는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여기저기서 보내주는 간식도 쌓이고 쵸코를 보겠다고 먼 곳에서 수도원을 찾는 이들도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