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장보고 식사하며 남한살이 익혀요”

(가톨릭평화신문)
 
▲ 수원 비전동성당에서 하나원 265기 1박2일 가정 문화 체험 프로그램 환영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예비신자 교리 공부를 하고 있고 세례를 받아 신자가 되고 싶습니다. 1998년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했고 지난해 10월 16일 한국에 왔으니까 이제 3개월 정도 됐습니다. 봉사자를 만나니까 울컥하네요.”

“옷도 사고 장도 보고 집에 가서 음식도 같이 만들어 먹고 그럴 생각이에요. 삼겹살을 좋아한다고 해서 저녁에는 삼겹살을 구워먹을 예정이고, 3월이 생일이라니까 미역국도 같이 끓여 먹을 생각입니다.”

9일 수원 비전동성당 교육장에서 만난 북한이탈주민 A씨와 봉사자 송주영(마리아)씨는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은 북한 이탈 주민들의 한국 내 정착을 돕고 교육하는 기관인 하나원과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준비한 하나원 265기 1박 2일 가정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육생과 봉사자다.

송씨는 “처음에는 내가 왜 참여 했지? 생각했다가 교육생 얼굴을 보니까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고, A씨는 “언어가 통하니까 너무 좋다. 같은 민족이라는 건 속일 수가 없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비전동성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가정 체험을 위해 서둘러 성당을 나섰다.

가정 문화 체험 프로그램은 하나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북한 이탈 주민들이 한국의 가정생활이 어떤지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성당 환영 행사에 이어 교육생과 봉사자들이 시장이나 마트에서 옷과 먹거리를 사서 봉사자 집에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 이번 265기 프로그램에는 탈북민 여성 37명이 교육생으로, 수원교구 평택지구 본당 신자 37명이 봉사자로 각각 참여했다.

환영 행사는 함께 노래 부르기, 교육생 인사, 환영사 순으로 진행됐다. 함께 노래 부르기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녀성은 꽃이라네’, ‘만남’, ‘심장에 남는 사랑’ 등 남북한의 노래를 섞어 부르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교육생 대표 B씨는 인사말에서 “발전한 대한민국에 와서 한편으로는 근심이 많지만, 그동안 열심히 잘 생활한 것처럼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며 “이번 가정 체험을 통하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대한민국 생활에 잘 적응하겠다”고 말했다.

비전동본당 주임 장명원 신부는 “우리는 피부색과 언어가 같은 동포이자 형제”라며 “1박 2일 동안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보내기 바란다”고 환영했다.

행사를 준비한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헌우 신부는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에 대해 못사는 사람,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며 “북한 이탈 주민들은 봉사자들에게 북한 사람도 싸움을 좋아하지 않고 평화를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이어 “이번 만남은 남과 북의 만남”이라며 “이번 만남을 통해서 이런 점은 다르고 이런 점은 똑같다는 것을 알고 그를 통해 같은 민족이라는 걸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교육생 인솔 책임자인 하나원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의 가정을 방문해 남한 생활에 대해 체험하고 한국에서 잘 적응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이상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