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갈밭본당 ‘50년의 기도’에 참여하세요

(가톨릭평화신문)
 
▲ 대구대교구 갈밭본당은 50년의 기도 프로젝트를 통해 새 성당 건립에 힘쓰고 있다. 김해인 주임 신부와 건축위원 등 신자들이 신축 기금 온도계 앞에 모였다.

 

 


대구시 달서구 갈밭로 부지에 작고 아담한 성당이 지어지고 있다. 1㎞ 남짓 떨어진 도원성당(주임 최경환 신부)에서 분가한 갈밭성당(주임 김해인 신부)이다. 새 성당은 4월 중순에 완공할 예정이다. 그런데 성당의 중심인 제대 아래에 가로 1.5mㆍ세로 1mㆍ높이 1m 되는 공간을 비워뒀다. 본당 신자들의 성경 필사본과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 편지, 후손에게 쓰는 신앙 편지를 50년간 묻어두기 위해서다. 신앙편지들은 2070년 편지에 지정된 후손에게 전해줄 계획이다. 일명 ‘50년의 기도 프로젝트’다.

갈밭본당은 지난해 1월 도원본당에서 분가해 설립됐지만, 임시 성당을 마련하지 않고, 도원성당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갈밭로 인근에 1만여 세대가 넘는 새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교구는 새 본당 설립을 결정했다.

분가된 본당의 첫 주임으로 발령받은 김해인 신부는 꽃편지지에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 신자들에게 보냈다. “분가된 성당의 첫 신부로, 죄송스럽다”면서 “갈대밭에 올라가게 될 성전은 우리와 우리 자녀를 위한 성당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편지에 “새 성전은 우리의 자녀가 새로 태어나 유아세례를 받고, 혼인 미사와 장례 미사가 봉헌되는 노년의 따듯한 쉼터이자 기도하는 집이 될 것”이라고 썼다.

본당 신자들은 가정별로 신립금을 책정하고,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번 용돈과 어르신들은 쌈짓돈으로 신앙의 성전을 짓기 위한 봉헌금을 내놨다. 첫 월급을 봉헌한 직장인도 있다. 지난해 봄에는 본당 신자들이 5~6차례 단체로 청도에 가서 쑥을 뜯어와 방앗간을 통째로 빌려 쑥떡도 만들어 팔았다. 여름에는 충남에서 옥수수를 공수해와 성당에서 옥수수를 삶아 인근 본당에 판매했다. 신자들이 함께 땀 흘리며 신앙 공동체로서 일치를 맛본 순간이었다.

본당 주임 신부는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제작하고, 50년의 기도 프로젝트의 취지와 방법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본당은 50년 후 편지 배송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목회 회칙에 정관을 따로 만들기로 했다.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도 반세기 후 편지가 잘 배달되도록 교구에서 문서를 만들어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조 대주교도 편지 한 통을 쓰기로 했다.

김해인 신부는 “잘 알지도 못하는 본당에 성전 건립 기금을 보태는 일이 어려운 일이겠지만 신앙 후손에게 보내는 편지가 손자, 손녀들에게 신앙을 물려주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랑과 관심을 요청했다. 이어 김 신부는 “편지를 묻어둘 공간 제약으로 50만 원 이상을 봉헌한 이들이 참여할 수 있지만, 비용은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갈밭본당 신자들은 봉헌금과 상관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본당은 내적 성전을 짓기 위해 각 가정과 본당별로 성경 필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월까지 성경 필사를 마무리하고, 필사본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50년의 기도 프로젝트 참여를 원하는 신자들은 본당 사무실로 신청하면 된다. 본당은 3월부터 참여자들에게 편지지를 동봉한 안내문을 각 가정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참여자들은 50년 후에 편지를 받아볼 3명의 후손을 지정한 후 편지와 가족사진을 함께 넣어 갈밭성당 사무실(053-631-9595)로 보내면 된다.

본당은 올가을 성전 봉헌식을 열 계획이다. 편지는 봉헌식 즈음에 묻을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