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동차에 탄 채로 미사에 참여해요”

(가톨릭평화신문)
 
▲ 송추성당 마당에서 김경진 신부가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온 신자들은 자동차 안에서, 자동차를 타고 오지 않은 신자들은 마당에 앉아 미사를 봉헌한다.

 

 


의정부교구 송추성당(주임 김경진 신부) 마당이 성전으로 변신했다.

겉보기에는 흔한 야외 미사 풍경일지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신자들이 자동차 안에서 미사를 봉헌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색다른 미사 풍경이다.

야외 자동차 미사는 김경진 신부 아이디어다. 코로나19로 두 달 만에 공동체 미사가 재개되면서 김 신부는 고민이 많아졌다. ‘어떻게 하면 신자들의 건강과 편의를 생각하며 미사를 봉헌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냉담자가 늘어나지 않을까’ 고민을 거듭하던 김 신부는 야외 자동차 미사를 생각했다. 김 신부는 “찾아가는 사목처럼 교회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신자분들이 냉담하지 않고 한 분이라도 더 오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외 자동차 미사는 의정부교구가 4월 23일 공동체와 함께하는 미사를 재개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송추성당 마당이 넓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먼저 성당 입구를 일원화했다. 주차를 비롯해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이었다. 제대는 사제관 뒤편에 마련했다. 자동차를 타고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미사 중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된다. 영성체 예식 때는 김 신부가 자동차들을 다니며 성체를 분배한다. 미사 중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신자들은 영성체 예식 때면 차에서 내려 성체를 모신다. 자동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신자들을 위해서는 성당 마당에 일정 간격을 두고 의자를 마련해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야외 자동차 미사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본당 사목회와 전례 분과의 도움이 컸다. 사목회와 전례 분과 소속 봉사자들은 미사 때마다 자동차를 타고 들어오는 신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체온을 측정한다. 차례로 성전에 입장해 봉헌하는 미사와 달리 자동차를 타고 들어오는 신자들의 명단을 적고 체온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한 번에 여러 명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봉사자들은 미사를 다시 봉헌할 수 있게 된 것이 그저 기쁘다.

사목회 박현숙(안나) 총무는 “힘들긴 하지만 지침에 따라 신자들의 안전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구역장 구란희(요안나)씨도 “신자분들의 안전에 도움이 되니까 그게 저희는 큰 보람”이라고 했다. 신자들은 미사 시작 전후, 봉사자들을 만날 때마다 “수고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야외 자동차 미사에 대한 신자들의 반응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 김동빈(그레고리오)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있어서 많이 고민이 됐는데 야외 자동차 미사를 봉헌하면서 아이들 데려오기도 편하고 안전해서 아주 좋다”고 전했다.

사목회장 김동훈(미카엘)씨는 “미사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방역을 철저하게 하고 있고 신자분들이 자주 사용하는 화장실 등은 더 자주 방역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철저한 거리 두기와 방역을 하며 자동차 미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