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시장준본당 노숙인 쉼터, 다시 문 열어

(가톨릭평화신문)
▲ 우리물터가 10월 26일 8개월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박종석 사회사목분과장(오른쪽)과 봉사자들이 우리물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준본당(주임 최정준 신부)이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인 ‘우리물터’가 10월 26일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2월 24일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지 8개월여 만이다.

남대문시장준본당 박종석(로렌조) 사회사목분과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물터를 이용하는 노숙인들이 목욕하고 빨래할 곳이 없는데다 때마침 사회적 거리 두기도 1단계로 완화되면서 다시 문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물터는 문을 연 대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방문자 명단 작성은 필수다. 하루 30명 정도였던 이용자 수도 10명으로 제한했다. 음식도 빵과 우유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꿨다. 하루 운영이 끝난 뒤에는 곳곳을 소독한다. 박종석 사회사목분과장은 “하루에 20~30명이 우리물터를 이용했는데 지금은 10명으로 제한했다”며 “앞으로 상황을 보면서 이용 인원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물터는 주로 서울역과 을지로 등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이 찾는다. 노숙인들은 이곳에서 세탁과 목욕을 하고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착한 이웃’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물터 이용자에 한해 원하는 경우 남대문 꽃시장에서 꽃 배달일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노숙인 자활을 돕자는 취지다. 많진 않지만, 보수도 있다. 현재 8명 정도가 이 일을 하고 있다.

우리물터 봉사자는 남대문시장준본당 신자들이다. 현재 하루에 3명이 봉사하고 있다. 청소를 하거나 기증받은 옷과 양말 등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이발 봉사를 하는 신자도 있다. 2001년부터 20년째 이발 봉사를 하는 윤태훈(알비노)씨는 “우리물터에 오시는 분들의 안부도 묻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지내고 있다”며 “오래 하다 보니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다 알고 어떤 스타일이 어울릴지 보기만 해도 다 알 수 있다. 10년 이상 단골도 있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이발 봉사를 하고 나면 제 머리를 이발하는 것처럼 마음이 개운하다”며 “하느님께서 건강을 주셨으니까 하느님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석 사회사목분과장도 우리물터 관리책임자로 7년째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코로나가 안정돼서 더 많은 분이 우리물터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남대문시장준본당은 1999년 남대문시장 내 금오빌딩에 성당을 마련한 후 남은 비용으로 2001년 우리물터를 마련했다. 현재 매주 월·수요일 오전 10시~오후 2시 노숙인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후원 문의 : 02-779-4772, 남대문시장준본당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